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금융투자자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일쑤다. 제3자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자주 한다. 심리적 편향(bias) 탓이다. 사람들은 전통 경제학의 가정처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분석해서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는 합리적 의사결정자가 아니다. 그런 능력은 경제학 교과서에서나 가능하다. 심리적 편향을 보이는 게 투자자의 일반적 모습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떤 심리적 편향을 나타내는가. 다시 말해 사람들은 투자할 때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 투자자 유형을 구분해 유형별로 자주 나타나는 심리적 편향을 살펴본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투자자 유형을 △원금보존 추구형 △순응적 추종형 △자기판단 중심형 △적극적 자산축적형 등 네 가지로 구분했다.

유형 구분은 두 가지 기준을 사용했다. 먼저 투자 특성이 소극적인지 적극적인지를 판별했다. 이를 위해 10가지 질문에 대해 각각 A와 B 중 하나로 답하게 한 뒤 A가 많으면 적극적, B가 많으면 소극적인 것으로 구분했다. 질문은 ‘당신 재산의 대부분을 당신이 벌었나? A.그렇다 B.아니다’, ‘다음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는가? A.투자를 직접 통제함 B.투자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함’, ‘다음 중 어떤 포트폴리오를 선호하는가? A.주식 80%, 채권 20% B.주식 40%, 채권 60%’ 등이다.
친구 따라 '묻지마', 원칙 무시 '맘대로'…당신은 어떤 투자자?
두 번째 기준은 위험수용 수준으로 낮음, 중간, 높음 등 세 가지로 나눴다. 투자 특성이 소극적인 사람 중 위험수용 수준이 낮으면 ‘원금보존 추구형’, 위험수용 수준이 중간이면 ‘순응적 추종형’이다. 투자 특성이 적극적인 사람 중 위험수용 수준이 중간이면 ‘자기판단 중심형’, 위험수용 수준이 높으면 ‘적극적 자산축적형’으로 명명했다.

원금보존 추구형은 부를 늘리기 위해 위험을 추구하지 않는다. 금융투자에 밝지 못하고 변화를 싫어해서 투자 결정이 느리다. 원금 손실을 꺼려 현상 유지 편향이 강하다. 후회 회피 편향이 있어 중요한 투자 결정을 피하려고 한다. 과거에 자신의 선택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기억 때문에 새로운 투자 결정을 꺼린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투자자는 감정적인 편향에 휘둘리기 쉬우므로 개별 금융투자의 세부 조건이나 결과에 집중하기보다는 투자를 통해 추구해야 할 큰 그림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순응적 추종형은 투자 결정에서 친구나 동료 권유를 잘 따른다. 장기적인 안목없이 최근 가장 인기 있는 투자를 따라 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종종 자신의 위험수용 수준을 과대평가한다. 스스로 투자에 관심을 가져보려 하지만 투자 과정을 실행·관리하는 데 소질이 없고 투자를 즐기지 못해 어려워한다. 최근 사건을 쉽게 떠올리고 그것을 강조하는 성향인 최신 편향이 강하다. 강세장에선 이런 편향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해서 이익이 날 것으로 생각해 고점 매수를 서슴지 않는다. 독자적인 사고와 판단이 부족해서 사후 확신 편향에도 취약하다. 투자 결과를 예상했던 것처럼 여겨 투자의 위험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과도한 위험을 안으려 한다. 자신의 위험수용 수준을 과대평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기판단 중심형은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적극적 투자자다. 투자 의사결정에 자신감이 있다. 그러나 정보 탐색을 할 때 여러 원천에서 확증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초기 정보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 시장 상황이 바뀌더라도 당초 자신의 판단을 고수하려는 보수성 편향이 강하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상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가용성 편향도 이 유형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검색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펀드가 투자하기 적합한 펀드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자신의 결정과 다른 의견에도 관심을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

친구 따라 '묻지마', 원칙 무시 '맘대로'…당신은 어떤 투자자?
적극적 자산축적형은 가장 공격적인 투자자다. 투자 행동에서 자기과신 성향을 보인다. 높은 수익을 위해 위험이 높은 투자를 선호한다. 분산투자 같은 기본적인 투자 원칙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포트폴리오 변경이 잦다. 투자에 탁월한 소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과잉확신 편향이 강하다. 나쁜 투자 결과는 자신에겐 해당되지 않을 것으로 믿는 낙관주의 편향을 보인다. 지나친 자기과신이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투자자로서 자신이 어떤 유형에 가까운지 생각해보고 관련된 심리적 편향을 경계하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