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들 "부적절한 발언 용납 안해", "온다고는 하는데 모르겠다"
총격 후 골프장 계속 머물러 비판…오늘 성명서도 자신의 '인종발언' 언급안해
트럼프, 총기난사 참극 나흘만에 엘패소·데이턴 방문키로
지난 주말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총 31명의 목숨을 앗아간 잇단 총격사건으로 미 전역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두 도시를 방문할 것으로 5일(현지시간)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엘패소와 데이턴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를 '악(惡)의 공격'이라고 비난하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으나, 그의 분열적인 발언이 증오 범죄를 조장했다는 '트럼프 책임론'은 끊이지 않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7일 엘패소를 방문한다고 디 마고 엘패소 시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공화당 소속인 마고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전화를 했다.

그는 상냥한 목소리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면서 "그가 방문하면 연방정부의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해 우리의 노력을 지원해 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엘패소와 함께 데이턴도 같은 날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미 연방항공국(FAA) 공지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멕시코 국경과 인접해 있어 히스패닉이 많은 엘패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이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AFP는 전했다
마고 시장은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할 것이라면서도 "누구도 우리의 역사와 가치에 부합하지 않은 방식으로 엘패소를 묘사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달리 민주당 소속인 낸 웨일리 데이턴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 방문 계획에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웨일리 시장은 기자들에게 "그가 수요일에 온다는 말은 들었는데, 전화는 오지 않았다"며 "그는 아마 털리도로 갈 것이다.

나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성명 발표 당시 "털리도에서 숨진 이들의 기억을 신이 축복하기를"이라며 데이턴을 털리도로 잘못 언급해 구설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성명에서 "우리나라는 한목소리로 인종주의와 편견, 백인우월주의를 비난해야 한다"며 총기폭력 방지를 위한 긴급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악한 이념은 반드시 물리쳐야 한다"며 "미국에서 증오가 발붙일 곳은 없다.

증오는 정신을 비뚤어지게 하고 마음을 황폐화하고 영혼을 집어삼킨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오범죄에 대한 신속한 사형집행과 신원조회 강화 등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종적 분열을 유발한다고 비판받아온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고 로이터통신이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지지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적 전략으로 연설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인종, 종교, 정체성 분열을 이용해왔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민주당의 유색인종 여성의원 4인방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목청을 높이고, 흑인이 많이 거주하는 메릴랜드주 최대도시 볼티모어를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하는 등 인종차별적인 막말을 쏟아내 인종간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엘패소와 데이턴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한 지난 3일 보인 처신도 도마 위에 올랐었다.

그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 머물며 그곳에서 열린 한 결혼식에 참석했으며, 엘패소 총격에 관한 트윗을 올린 지 14분 만에 그가 지지하는 UFC 격투기 선수의 선전을 기원하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