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스톰' 와도 경제체질 괜찮다는 정부…'입'만 있고 '액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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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말잔치'에 시장은 냉담
시장 불안감 걷어내는 대책 대신
화려한 수사로 반일 감정만 자극
시장 불안감 걷어내는 대책 대신
화려한 수사로 반일 감정만 자극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습니다. ‘퍼펙트 스톰’(여러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생긴 초대형 위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 한국의 경제 상황을 두고 금융계 고위인사가 탄식하며 한 말이다. 금융시장은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국 경제의 ‘국가대표’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이 휘청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까지 연쇄적으로 터지자 위기감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6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3년6개월 만에 1900선이 붕괴했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는 7년 만에 가장 적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정부는 위기를 타개할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내놓지 못한 채 시장의 위기감은 과장됐다는 말로 일축하고 화려한 수사(修辭)로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한 말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연일 계속돼 평화경제 정착이 요원한 상태에서 나온 언급이라 ‘너무 한가한 진단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할 때는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동떨어진 현실 인식
전문가들은 청와대·정부의 현실 인식부터 이상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금은 2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과 금융 또는 경제 펀더멘털 상황이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과거와 같은 경제 위기를 걱정할 상황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김 실장은 “일본 사태의 영향이 연말까지 이어진다해도 경제성장률은 0.1% 미만 감소에 그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은 “경제 펀더멘털을 보여주는 잠재성장률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고 물가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과거 위기보다 지금이 더 나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위기 진단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지난 5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조치는 지난 7월 초부터 예상했던 것으로 그 영향이 시장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 측면이 있어 미리 예단해서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 직후 개장한 주식시장이 연중 최저치로 폭락하는 등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적재적소에 전문가가 없다”
정부의 현실 인식·위기 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이유는 인사와 소통의 실패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정택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예전엔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별로 소위 ‘통’이라고 하는 전문가들이 필요한 자리에 있었다”며 “현 정부 들어선 이런 전문가와 그들이 구축해 놓은 인적 채널이 다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다못해 일본과의 관계에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문 인력과 노하우가 가장 풍부한데 정부는 이들을 적폐로만 치부하고 있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와대 내부에 경제 전문가들이 매우 부족하고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창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마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8일에야 올 들어 처음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를 연다. 작년에도 12월에 딱 한 번 회의를 했다.
서민준/하수정 기자 morandol@hankyung.com
최근 한국의 경제 상황을 두고 금융계 고위인사가 탄식하며 한 말이다. 금융시장은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국 경제의 ‘국가대표’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이 휘청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까지 연쇄적으로 터지자 위기감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6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3년6개월 만에 1900선이 붕괴했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는 7년 만에 가장 적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정부는 위기를 타개할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내놓지 못한 채 시장의 위기감은 과장됐다는 말로 일축하고 화려한 수사(修辭)로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한 말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연일 계속돼 평화경제 정착이 요원한 상태에서 나온 언급이라 ‘너무 한가한 진단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할 때는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동떨어진 현실 인식
전문가들은 청와대·정부의 현실 인식부터 이상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금은 2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과 금융 또는 경제 펀더멘털 상황이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과거와 같은 경제 위기를 걱정할 상황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김 실장은 “일본 사태의 영향이 연말까지 이어진다해도 경제성장률은 0.1% 미만 감소에 그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은 “경제 펀더멘털을 보여주는 잠재성장률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고 물가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과거 위기보다 지금이 더 나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위기 진단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지난 5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조치는 지난 7월 초부터 예상했던 것으로 그 영향이 시장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 측면이 있어 미리 예단해서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 직후 개장한 주식시장이 연중 최저치로 폭락하는 등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적재적소에 전문가가 없다”
정부의 현실 인식·위기 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이유는 인사와 소통의 실패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정택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예전엔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별로 소위 ‘통’이라고 하는 전문가들이 필요한 자리에 있었다”며 “현 정부 들어선 이런 전문가와 그들이 구축해 놓은 인적 채널이 다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다못해 일본과의 관계에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문 인력과 노하우가 가장 풍부한데 정부는 이들을 적폐로만 치부하고 있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와대 내부에 경제 전문가들이 매우 부족하고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창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마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8일에야 올 들어 처음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를 연다. 작년에도 12월에 딱 한 번 회의를 했다.
서민준/하수정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