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차세대 먹거리인 4차 산업혁명 분야도 규제에 묶여 있다. 기존 업계와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는 정부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이 혁신의 싹을 자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공유경제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정부는 승차공유 대책으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내놨지만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의 반발을 샀다. 정부가 택시업계에서 택시면허를 매입하는 기구를 설립하고, 신규 모빌리티(이동수단) 사업자는 이 기구에 기여금(면허 임차비)을 내도록 했기 때문이다. 자본력이 약한 스타트업들이 쉽게 뛰어들 수 없게 오히려 진입장벽을 높인 것이다. 렌터카를 활용한 승차공유 방식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 활용도 어렵다. 개인의 신분을 드러낼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데이터는 수집과 가공, 활용이 불가능하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주민등록번호처럼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데이터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와 결합해 개인의 신분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도 개인정보로 정의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과 신용정보보호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개인 식별이 어려운 가명정보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이 마련됐지만 시민단체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헬스케어산업 역시 규제에 묶여 제자리걸음이다. 20여 년째 논란을 벌이고 있는 원격의료가 허용되지 않은 탓에 의료서비스 발전은 물론 환자의 건강관리를 돕는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 대부분이 반쪽 서비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가야 하는 고혈압·당뇨 환자를 돕기 위해 강원도를 규제특구로 지정하고 제한적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강원도의사회 등 의사들의 반대에 막혀 사업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규제 혁신의 강도를 높이겠다며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의 성과도 미흡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내놓은 ‘신산업 창출을 위한 규제개혁 방향-규제 샌드박스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부처 간 합의가 안 되거나 사회적 파장이 있는 규제는 개선 대상에서 제외돼 기업 체감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완/김남영/이지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