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대학혁신 계획'…"구체적 재정지원 방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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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부총리 "학령인구 급감 등
절박한 인식에서 마련됐다"지만
등록금 인상 허용 언급 없어
절박한 인식에서 마련됐다"지만
등록금 인상 허용 언급 없어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재정 위기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융합형 인재 양성 등을 목적으로 ‘대학혁신 지원 방안’을 6일 내놨다. 지원 방안에는 재정 지원 사업 등을 확대하고, 학문 사이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융합학과 개설과 관련한 규제를 푸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역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대의 연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대학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등록금 인상은 포함되지 않았고 지원 방안별 예산 규모조차 전혀 정해지지 않아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등록금 논의 없는 재정 지원 방안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대학혁신 지원 방안은 학령인구 급감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교육부는 대학에 입학할 학생(입학 가능 자원)이 올해 52만6267명에서 2024년 37만3470명까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까지는 대학 입학 정원보다 입학 가능 학생이 많겠지만 2020년부터는 입학 정원보다 입학 가능 학생이 적은 ‘대입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올해 입학 정원(49만7218명)이 2024년까지 유지되면 12만4000여 명의 입학 미달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인구구조 변화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획기적인 대학혁신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지원 방안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대학들 사이에선 정부의 ‘절박한 인식’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학이 그동안 재정 확충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등록금 인상 허용,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은 언급조차 안 됐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대학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에 해오던 정부 재정 지원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대학혁신 지원 사업과 두뇌한국(BK21)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지원을 확대하겠다고는 밝히지 않았다. 유 부총리는 “예산 규모는 재정당국과 논의 중이어서 정확히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사립대 기획팀장은 “결국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등록금은 동결하고, 정부 입맛에 맞는 평가지표를 내놔야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인위적 정원 감축 중단…지역 연계 확대
교육부는 이날 대학 정원 감축 수단으로 활용해온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기존의 강제 참여에서 자율 참여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는 진단 결과를 정원 감축과 연계하지 않고, 평가 참여도 대학이 자발적으로 정하도록 해 대학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유 부총리는 “이전 정부에서 4만 명 정도 감축했지만 대학의 자율적 역량이 위축되는 등 득보다는 실이 컸다”며 사실상 정부 주도의 대학 정원 감축은 중단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정부는 대신 지원금을 받기 위해 기본역량진단평가에 참가한 대학들을 대상으로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충원 유지율 평가 비중을 높여 지속적인 정원 감축을 유도할 방침이다.
교육부의 이날 발표엔 지방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교육부는 지방에 있는 대학들이 지역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기술과 인력을 협업해 양성하는 것을 돕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대학과 지자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대학이 이룬 여러 팀을 교육부가 공모 방식으로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대학에서 ‘칸막이’식 학과 운영을 지양하고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융합학과(학부) 설립 요건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신입생을 뽑아야만 학문이 서로 결합한 형태의 융합학과를 개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입학 정원을 배정하지 않아도 융합학과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외에도 대학과 관련한 규제를 크게 완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나머지는 하지 마라’는 포지티브 규제 체제를 ‘할 수 없는 것만 빼고 다 해도 된다’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등록금 논의 없는 재정 지원 방안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대학혁신 지원 방안은 학령인구 급감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교육부는 대학에 입학할 학생(입학 가능 자원)이 올해 52만6267명에서 2024년 37만3470명까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까지는 대학 입학 정원보다 입학 가능 학생이 많겠지만 2020년부터는 입학 정원보다 입학 가능 학생이 적은 ‘대입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올해 입학 정원(49만7218명)이 2024년까지 유지되면 12만4000여 명의 입학 미달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인구구조 변화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획기적인 대학혁신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지원 방안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대학들 사이에선 정부의 ‘절박한 인식’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학이 그동안 재정 확충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등록금 인상 허용,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은 언급조차 안 됐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대학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에 해오던 정부 재정 지원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대학혁신 지원 사업과 두뇌한국(BK21)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지원을 확대하겠다고는 밝히지 않았다. 유 부총리는 “예산 규모는 재정당국과 논의 중이어서 정확히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사립대 기획팀장은 “결국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등록금은 동결하고, 정부 입맛에 맞는 평가지표를 내놔야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인위적 정원 감축 중단…지역 연계 확대
교육부는 이날 대학 정원 감축 수단으로 활용해온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기존의 강제 참여에서 자율 참여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는 진단 결과를 정원 감축과 연계하지 않고, 평가 참여도 대학이 자발적으로 정하도록 해 대학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유 부총리는 “이전 정부에서 4만 명 정도 감축했지만 대학의 자율적 역량이 위축되는 등 득보다는 실이 컸다”며 사실상 정부 주도의 대학 정원 감축은 중단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정부는 대신 지원금을 받기 위해 기본역량진단평가에 참가한 대학들을 대상으로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충원 유지율 평가 비중을 높여 지속적인 정원 감축을 유도할 방침이다.
교육부의 이날 발표엔 지방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교육부는 지방에 있는 대학들이 지역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기술과 인력을 협업해 양성하는 것을 돕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대학과 지자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대학이 이룬 여러 팀을 교육부가 공모 방식으로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대학에서 ‘칸막이’식 학과 운영을 지양하고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융합학과(학부) 설립 요건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신입생을 뽑아야만 학문이 서로 결합한 형태의 융합학과를 개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입학 정원을 배정하지 않아도 융합학과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외에도 대학과 관련한 규제를 크게 완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나머지는 하지 마라’는 포지티브 규제 체제를 ‘할 수 없는 것만 빼고 다 해도 된다’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