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완화해야 한다는 여론 있으면 수용해야" 추가 논의 예정
당 안팎서 우려도…"가습기 살균제 참사 같은 일 또 생겨선 안돼"
더불어민주당이 일본 경제보복 대응을 위한 기업 규제 완화를 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민주당은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화평법은 기업이 화학물질 제조 및 수입 시 성분 등을 의무적으로 정부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고, 화관법은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 등의 안전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기업들은 화평법과 화관법으로 인해 새로운 물질 관련 투자가 어렵고 등록 등에 비용 부담도 크다고 지적해왔다.

정부는 지난 5일 발표한 종합대책에서 화평법과 화관법 시행 규정 등을 고쳐 수출규제 대응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및 기존 사업장 영업허가 변경 신청을 75일에서 30일로 단축하는 방안 등을 내놨으나, 충분치 않다는 기업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종합대책에서 발표한 시행령 개정 등은 정부로서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하겠다는 것이고, 국회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더 논의해야 한다"며 "산업·경제적 필요성, 최근 한일관계의 특성 등을 고려해 더 완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으면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험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가 이미 여러 차례 발생한 만큼 화평법과 화관법 규제를 풀면 국민 안전을 침해할 수 있다는 당 안팎의 지적이 상당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허가를 빨리 내주고 부처별 중복 심사를 줄이는 정도의 손질은 좋지만, 환경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며 "규제 완화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 같은 일이 또 생기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화평법과 화관법 규제 완화와 주 52시간 적용 시점 연기 검토 등을 두고 "일본의 무역보복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안전규제의 빗장을 풀고 노동 존중 사회에서 뒷걸음치려는 결정들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런 우려를 의식해 기업의 요구와 안전을 위해 필요한 환경 규제 사이 '딜레마' 상황에서 적정한 수준의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쉽지 않은 과제라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일부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너무 지나치게 규제를 풀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부품·소재 산업과 관련해 '핀셋'식으로 필요한 부분은 손을 보더라도 무한정 터준다는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장에서 화평법과 화관법에 대한 문제 제기를 많이 하지만, 국민 안전과 기업 활동 관련 가치가 충돌할 때 어느 한쪽의 편만 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관련 정부 부처들과 충분히 상의해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