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에 이어 환율전쟁에 들어간 미국과 중국이 ‘장기전 모드’로 돌입했다. 미국은 중국의 농산물 구매 중단으로 피해를 보게 될 ‘팜벨트(중서부 농업지대)’를 달래기 위해 농가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농산물을 대체할 수입처 다변화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미국 농민들은 대통령이 함께하기 때문에 중국이 해를 끼치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며 “필요하면 내년에도 (농가) 지원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핵심 지지 기반인 농민층의 이탈을 우려해 서둘러 추가 지원을 약속하고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 직후인 지난해 120억달러 지원에 이어 올해 160억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 농산물 구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다음달부터 3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이후 미국은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은 걸 걸고넘어지며 25년 만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그동안 미국에 의존해온 농산물 수입처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난징 세관은 최근 4000t이 넘는 러시아산 콩 수입을 승인했다. 전체 수입량의 90%가 미국산이었던 옥수수도 우크라이나 등에서 조달하고 있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사료로 쓰이는 대두박 구매를 위해 이달 아르헨티나를 방문할 예정이다. 시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략을 바꾼 것”이라며 “미국이 먼저 후퇴할 때까지 맞서기로 작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내년 11월 미 대선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백악관에선 중국과 어정쩡한 합의를 하면 오히려 대선 국면에서 불리하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미·중 모두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다. NYT는 “미·중 무역전쟁이 두 ‘스트롱맨(권위주의 지도자)’의 장기전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