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 당시 고유정 모습 (사진=연합뉴스)
긴급체포 당시 고유정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제주 '고유정 사건'의 부실수사 논란과 관련해 경찰 수사 책임자들이 감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청 진상조사팀은 실종 초동조치 및 수사 과정에서 일부 미흡한 점이 있다고 보고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현 제주지방경찰청 정보화장비담당관)을 비롯해 제주동부서 여청과장과 형사과장 등 수사책임자 3명에 대해 감찰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앞서 제주 경찰은 사건 현장 펜션 현장검증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피의자가 범행 동기를 허위 진술로 일관하고 있었고 범죄 입증에 필요한 DNA, 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현장검증을 하면 고유정이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었다.

진상조사팀은 당시 수사팀이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고유정의 거짓 진술에 속아 시간을 허비했다고 판단했다.

제주 경찰은 초동수사 부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경찰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초동수사가 부실했던 이유와 사건 현장인 펜션에 폴리스라인을 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했다.

제주 경찰은 "이혼한 부부가 어린 자녀와 있다가 자살 의심으로 신고된 사건에 대해 초기부터 강력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하라는 비판은 결과론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비판"이라며 여론의 보도 행태를 지적했다.

초동대처가 부족했다는 정황은 초기 이 사건이 단순 실종이나 자살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기 때문에 불가피 했다는 것이다.

제주 경찰은 이어 "(피해자가) 자살할 우려가 있다는 최초 신고에 따라 피해자 최종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를 파악했고 실종수사팀원 2명을 투입해 주변을 수색했다"며 "피해자 차량을 발견했지만 자살로 볼만한 정황이 없었고 CCTV에 피해자 이동 모습이 없어 범죄 혐의점이 의심됐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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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드러난 경찰의 부실수사 정황은 사건 발생 현장의 인근 CCTV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가 유족이 직접 찾아 제공하자 범죄 수사에 착수한 것과 사건 발생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펜션주인에게 내부 청소를 할 수 있게 한 점 등이다.

이들은 펜션에 폴리스라인을 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폴리스라인 설치 시 불필요하게 인근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주거의 평온을 해할 우려가 있었다"고 이유를 들었다.

수사 과정에서 혈흔을 찾는 루미놀 검사는 사건 발생 일주일 후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검사 후에는 펜션 주인이 사건 현장을 청소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제주 경찰은 "해당 펜션은 독채이며 주 범죄 현장은 펜션 내부"라고 반박했다.

또 경찰은 고유정이 범행 장소를 떠나며 쓰레기 종량제봉투 4개를 버린 사실을 미리 알았으나 공개하지 않다가 뒤늦게 발각됐다. 피해자 유족이 쓰레기 처리시설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인한 후에 이를 묻자 경찰은 그제서야 "펜션 주변에 버린 것은 범행 과정에 사용했던 이불이나 수건 등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진상조사팀은 "현장 점검 결과, 실종 신고 접수 후 초동조치 과정에서 범행 장소인 펜션 현장 확인 및 주변 수색이 지연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압수수색 시 졸피뎀 관련 자료를 발견하지 못한 사실 등을 확인해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부실수사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2일 현장점검단을 제주로 보내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 등 관련 부서를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작업을 벌이고 문제점을 분석해왔다.

관계자는 "최종목격자(고유정)가 하는 거짓말에 휘둘렸다"며 "사실 판단을 신중하게 해야 했고 더 일찍 거짓말이란 걸 캐치해야(알아채야) 했다"고 아쉬움을 지적했다.

고유정은 청주 아파트 주차장에서 살인죄로 긴급체포되면서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왜요? 제가 당했는데"라며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이같은 사례가 반복되는 일을 막기 위해 제도개선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