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통계·감정평가 기관인 한국감정원이 포털사이트에 매물을 전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공기업이 온라인 매물 등록 사업에 뛰어든 셈이어서 민간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7일 네이버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등에 따르면 감정원이 제공하는 아파트 등 부동산매물이 8일부터 포털사이트에 등록된다. 감정원은 이를 위해 케이에이비파트너스란 자회사를 설립하고, 네이버 신규 협력업체(CP) 등록과 KISO의 매물검증센터 가입을 마쳤다.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아파트 단지명만 검색해도 나오는 부동산매물은 CP사를 통해서만 등록할 수 있다. 과거엔 네이버가 중개업소와 직접 거래했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등의 지적을 받으면서 2014년부터 CP사를 거치도록 구조를 바꿨다. 네이버는 CP사에 입점료를 받고, CP사는 중개업소에서 수수료를 받아 매물을 등록하는 방식이다. 네이버에 입점한 CP사들이 매물을 전송하면 검증센터를 거쳐 포털사이트에 등록된다. 부동산114와 닥터아파트, 부동산뱅크 등 대부분의 부동산 정보업체가 네이버 CP사다.

감정원은 다른 CP사와 달리 매물 등록 단계의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매주 시세를 제공하는 전국 6000여 개의 협력 중개업소가 대상이다. 일단 우수 협력업소를 뽑아 포털사이트에 매물 등록을 해주겠다는 계획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협력 중개업소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감정원이 비용을 낼 예정”이라며 “수익 사업이 아니라 대국민 서비스 차원의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치킨게임’에 들어선 CP사들은 시장 왜곡을 우려한다. 한 정보업체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물 등록 단가가 1900원대로 내려왔는데 무료까지 등장했다”며 “대부분 업체가 중개업소 관리 대행업체와 수익을 나누기 때문에 실제 마진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의 예산이 중개업소들의 편의를 위해 쓰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감정원 관계자는 “예산 편성에 한계가 있는 데다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협력업소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하진 않을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수요자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 매물’ 증가를 우려한다. 서울 용산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허위매물 신고를 당하면 해당 CP사를 통해선 매물 등록이 제한되기 때문에 통상 여러 회사를 동시에 쓴다”며 “공짜 매물 등 록이 가능해지면 보험이 하나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감정원이 공기업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등록된 매물이 가격 공신력을 확보한 것처럼 비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