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 6일 오전 4시28분

부실채권(NPL) 전문 투자회사들의 물량 확보 경쟁이 뜨겁다. 연평균 5조원 규모인 NPL시장이 경기 침체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시장 선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마켓인사이트] 경기 침체에…부실채권 시장 '큰 장' 선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 자회사인 하나에프앤아이(옛 외환캐피탈)는 작년에만 약 5700억원(채권 원금 기준 약 7000억원) 규모 NPL을 새로 사들였다. 올 3월 말 현재 보유 NPL 자산총액은 7787억원으로, 2016년 4572억원에서 2년여 만에 70% 급증했다. 지난해 NPL 입찰시장 점유율은 10% 초반으로, 연합자산관리와 대신에프앤아이 등 선두 업체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2017년 이 회사의 입찰시장 점유율은 5% 수준이었다.

NPL 투자회사들은 주로 은행으로부터 부실 주택담보대출을 싼값에 사들인 뒤 재판매하거나 담보물건(아파트 등)을 처분해 수익을 올린다. 하나에프엔아이는 2013년 캐피털업에서 업종을 전환한 뒤 고수익 NPL시장 공략에 집중해왔다. 유상증자 및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통해 2015년 이후로만 13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했다. 이 덕분에 2013년 적자였던 순이익은 지난해 113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이익/자기자본)은 9.2%에 달한다.

후발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1위인 연합자산관리와 2위 대신에프앤아이 점유율은 완만한 감소세다. 8개 은행을 주주로 두고 있는 연합자산관리는 2018년 NPL시장(입찰 물량)의 40%를, 대신에프앤아이는 20%를 점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두 회사 점유율이 80%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 지배력이 다소 약해졌다. 하나에프앤아이 뒤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5~10% 정도의 점유율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NPL 투자회사들은 경기 침체 징후가 짙어지자 조만간 큰 장이 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PL시장의 수익성은 은행들이 부실화한 대출 자산을 적극적으로 처분할 때 높아진다. 금융위기 여파로 구조조정 매물이 급증했던 2011년 은행들의 NPL 매각 규모가 7조원을 웃돌자 연합자산관리는 직원 36명이 91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ROE는 15%에 달했다.

대신에프앤아이는 최근 회사채 투자설명서에서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등에 따라 NPL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2022년 시행될 바젤Ⅲ 등 자본건전성 규제 강화도 은행들의 NPL 매각을 늘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