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원의 여의도 백브리핑] 조국, 서울대 익명글 보도 비판할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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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7일 자신에 대한 ‘폴리페서 논란’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글을 또 올렸습니다. 한 인터넷 매체에 실린 ‘조국을 비판할 수 있다면 익명 글이어도 괜찮아’ 제하의 한 시민단체 보고서를 링크하며 “이 모두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이니, 다 감수한다”고 적었습니다.
이 시민단체는 보고서에서 한국경제신문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이 서울대 익명게시판(스누라이프)에 올라온 글 하나를 ‘학생여론’으로 둔갑시켜 보도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교수님 학교 너무 오래 비우시는 것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글은 “학교에 자리를 오래 비우시면 다 학생들에게 피해로 돌아온다”며 “안식년이 3년 이상 갈리도 없고 이미 안식년 끝난 것 아닌가요?”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언론들은 이 글을 보도하면서 조회 수 7600개에 추천 수 287개 등을 올리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이에 보고서는 “설령 많은 학생들이 이 의견에 동조한다고 해도, 이 글이 올라온 곳이 ‘익명 게시판’이라는 성격을 고려해 이 글 하나로 기사를 쓰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알았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조 전 수석도 물론 이 보고서 내용에 동조했기 때문에 링크를 걸었을 것입니다.
과연 조 전 수석이 이런 비판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은 그동안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익명글들을 마치 여론을 대표하는 것 마냥 소개해 왔습니다. 지난 4월 올라온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청원에 대해 강기정 정무수석은 지난 6월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구두 논평을 통해 “그간 한국당 행태에 반감을 가진 분들이 한국당을 한번 혼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결집하는 것 같다”며 한국당 비판에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청원에는 한달 동안 총 183만1900여명의 인원이 참여했습니다. 물론 적지 않은 숫자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을 대표하는 의견은 전혀 아닙니다. 나머지 국민 5000만명의 민심을 과연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한국당은 당시 독일 나치정권과 중국의 문화대혁명까지 언급해가며 국민청원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민주당을 비판했습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5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게 군중정치”라며 “청와대 청원게시판이 자유민주주의를 타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치정권과 괴벨스가 만들어낸 ‘악의 평범성’을 생각해봐라. 인민재판이 즉결처형이라는 광기를 만들어낸 중국 문화대혁명을 생각해봐라”고 언급했습니다.
조 전 수석이 전날 페이스북에 “‘선생’은 ‘학생’을 비난하지 않는다. 서울대 안에 태극기부대와 같이 극우사상을 가진 학생들이 움직이고 있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다”라고 적은 것도 논란입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아무리 학생들이 자신을 비난한다고 해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며 “어떻게 스승이 자기 학교 제자들을 극우라고 부르느냐”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학생들 말대로 스승의 자격이 없다. 학교를 떠나는 게 낫다”고 지적했습니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외치지만 자신에 대한 비판에는 ‘극우 프레임 덧씌우기’를 하는 조 전 수석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조 전 수석은 얼마전 야당을 겨냥해 “점점 더 황당한 언동을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자신에게 돌아올 부메랑을 던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이 시민단체는 보고서에서 한국경제신문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이 서울대 익명게시판(스누라이프)에 올라온 글 하나를 ‘학생여론’으로 둔갑시켜 보도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교수님 학교 너무 오래 비우시는 것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글은 “학교에 자리를 오래 비우시면 다 학생들에게 피해로 돌아온다”며 “안식년이 3년 이상 갈리도 없고 이미 안식년 끝난 것 아닌가요?”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언론들은 이 글을 보도하면서 조회 수 7600개에 추천 수 287개 등을 올리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이에 보고서는 “설령 많은 학생들이 이 의견에 동조한다고 해도, 이 글이 올라온 곳이 ‘익명 게시판’이라는 성격을 고려해 이 글 하나로 기사를 쓰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알았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조 전 수석도 물론 이 보고서 내용에 동조했기 때문에 링크를 걸었을 것입니다.
과연 조 전 수석이 이런 비판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은 그동안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익명글들을 마치 여론을 대표하는 것 마냥 소개해 왔습니다. 지난 4월 올라온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청원에 대해 강기정 정무수석은 지난 6월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구두 논평을 통해 “그간 한국당 행태에 반감을 가진 분들이 한국당을 한번 혼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결집하는 것 같다”며 한국당 비판에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청원에는 한달 동안 총 183만1900여명의 인원이 참여했습니다. 물론 적지 않은 숫자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을 대표하는 의견은 전혀 아닙니다. 나머지 국민 5000만명의 민심을 과연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한국당은 당시 독일 나치정권과 중국의 문화대혁명까지 언급해가며 국민청원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민주당을 비판했습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5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게 군중정치”라며 “청와대 청원게시판이 자유민주주의를 타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치정권과 괴벨스가 만들어낸 ‘악의 평범성’을 생각해봐라. 인민재판이 즉결처형이라는 광기를 만들어낸 중국 문화대혁명을 생각해봐라”고 언급했습니다.
조 전 수석이 전날 페이스북에 “‘선생’은 ‘학생’을 비난하지 않는다. 서울대 안에 태극기부대와 같이 극우사상을 가진 학생들이 움직이고 있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다”라고 적은 것도 논란입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아무리 학생들이 자신을 비난한다고 해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며 “어떻게 스승이 자기 학교 제자들을 극우라고 부르느냐”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학생들 말대로 스승의 자격이 없다. 학교를 떠나는 게 낫다”고 지적했습니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외치지만 자신에 대한 비판에는 ‘극우 프레임 덧씌우기’를 하는 조 전 수석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조 전 수석은 얼마전 야당을 겨냥해 “점점 더 황당한 언동을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자신에게 돌아올 부메랑을 던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