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역전폭 확대…중앙은행 금리인하 속출
금값 6년만의 최고…마이너스 채권 사상최대 15조달러 돌파
무역전쟁 격화에 글로벌 경기침체 경고음 점점 커진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글로벌 경기침체를 경계하는 신호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다수 국가가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금융시장에서 불황 흉조가 감지되는 가운데 안전자산을 향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의 역전 폭은 0.39%포인트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이던 2007년 3월 이후 12년 5개월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장기채의 금리가 단기채 금리를 밑도는 현상은 역사적으로 경기침체 전에 어김없이 나타난 바 있어 불황을 예고하는 신호로 여겨지곤 한다.

경기침체(리세션·recession)는 국내총생산(GDP)이 최소 2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하는 현상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경기불안 때문에 눈독을 들이는 경향이 있는 안전자산들에서도 뚜렷한 수요증가가 목격되고 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1.595%까지 떨어져 2016년 10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30년물 금리도 사상 최저치에 근접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도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채는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오르면 금리(수익률)에 반대로 하락한다.

미국 CNBC방송과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세계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국채는 지난 5일 기준으로 15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18년 10월 이후로 세 배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경기불안 때문에 채권 수요가 급증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극단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금의 가격도 6년여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8월물 금 가격은 이날 2.4% 오른 온스당 1,507.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COMEX에서 8월물 금 가격은 이달 들어 6% 이상 뛰었으며 올해 5월 말 이후로는 15% 넘게 치솟았다.

오버시즈-차이니스 뱅킹코퍼레이션(OCBC)의 이코노미스트인 하우위 리는 "세계가 지금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원인을 설명했다.
무역전쟁 격화에 글로벌 경기침체 경고음 점점 커진다
금융시장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전날 다수 국가가 연준에 이어 금리인하에 동참하면서 더욱 속도를 냈다.

뉴질랜드는 선행안내(포워드 가이던스)도 없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전격 인하해 글로벌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인도와 태국의 중앙은행도 그간 신중론을 뒤집고 기준금리를 각각 0.35%포인트와 0.25%포인트 낮추며 추세에 합류했다.

이들 국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리스크를 금리인하의 주요 원인으로 들었다.

미국 연준은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를 우려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부터 고율관세를 중국 수입품 전체로 확대하겠다고 지난 1일 예고했다.

중국은 이후 위안화 환율을 무기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가관세와 제재 자체의 영향보다는 불확실성의 확산을 글로벌 경기의 주요 리스크로 보고 있다.

강대강으로 치닫는 무역전쟁이 계속 확전하면 기업의 투자와 고용, 가계의 소비를 짓눌러 경제성장 동력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날 연설에서 "현 상황이 판도라 상자"라며 "불확실성이 몇 분기나 몇 년 내로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이날 무역긴장 때문에 급격한 경기후퇴가 유발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부양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무역전쟁 격화에 글로벌 경기침체 경고음 점점 커진다
이미 주요국 경제지표에서는 무역전쟁의 낙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독일의 6월 산업생산은 전년 같은 달보다 5.2% 줄면서 10년 만에 가장 큰 폭 감소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1, 2위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의 소비자와 기업 심리에도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미국 제조업 성장은 4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으며 중국의 제조업 경기도 3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무역긴장의 수위가 미중 무역전쟁을 넘어 한국과 일본의 경제전쟁, 혼란스러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경기침체가 언제 닥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임박했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관측은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가 전문가들을 상대로 향후 12개월 내 경기침체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은 30%로 올해 1분기 말 응답했던 25%보다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35%로 봤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중국이 12개월 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각각 20%와 15%로 올해 1분기와 같게 전망했다.

한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올해 1월 15%였으나 2월부터는 계속해서 20%를 유지하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두 달 전 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주요국 전체가 경기둔화를 겪고 있음에도 홀로 상대적으로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금융회사인 TD증권은 무역갈등과 글로벌 경제성장세 약화 탓에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 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55%로 이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미국이 4∼6개월 동안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이에 대응한다면 글로벌 GDP는 향후 3개 분기 이내에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