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항공사 일본 노선 축소 줄이어(사진=제주항공)
일본 불매운동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축소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여행 거부 운동 여파가 갈수록 가중되면서 저비용항공사(LCC)와 대형항공사(FSC) 모두 잇따라 노선을 줄여가는 모습이다. 8일 전문가들은 한·일 갈등에 따른 업황 악화가 9월께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항공사들의 대응이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LCC 1위 제주항공은 다음달 25일부터 10월 26일까지 일본 노선 운항을 35% 감축하기로 했다. 인천발 5개 일본 노선(도쿄·나고야·삿포로·후쿠오카·오키나와)과 무안발 도쿄·오사카 노선, 부산발 오사카·후쿠오카 노선 등 총 9개 노선을 축소한다. 9개 일본 노선 운항 계획은 당초 총 789편에서 507편으로 35.7%(282편) 줄어들게 된다.

이스타항공도 인천~삿포로 등 6개 노선의 운항을 10월 26일까지 중단하거나 감편하기로 했다. 인천발 3개 노선(삿포로·오키나와·가고시마) 등 3개 노선은 줄이고 인천~이바라키, 청주~삿포로, 청주~오사카 등 노선은 중단한다.

이에 따라 국내 LCC 6곳 중 진에어를 제외한 5개 LCC가 일본 노선 운항을 줄이게 됐다.

FSC도 일본 노선 운항 감축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3일부터 주 3회 운항하던 부산~오키나와 노선 운영을 멈추기로 했다. 지난달 말 서울발 일본 노선 일부 운항을 축소한다는 방침을 세운 후 추가로 일본 노선 운휴에 나선 것이다.

대한항공은 인천발 삿포로·오사카·후쿠오카·나고야 노선에 투입하는 기종을 변경해 운항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여행자들이 1~2개월 전에 여행계획을 세운다는 점에 비춰 7월부터 부각된 일본 노선 수요 약화가 점차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항공업계, 특히 LCC 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LCC의 일본노선 비중은 통상 30% 안팎이고, 최대 67%(에어서울)에 이른다.

특히 LCC들이 인천공항의 슬롯 포화로 지방공항 위주로 일본 노선 공급을 늘린 점이 부메랑 효과로 돌아왔다. 지방공항의 일본 여객 비중이 40%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공항발 일본 노선을 축소하고 중국 노선의 신규 취항과 증편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국 공항 기준으로 6월 7.7%을 기록한 일본 노선 수송 증가율은 7월에 3.5%를 기록해 예년보다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며 "한·일 양국 관계 악화가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데, 8월부터는 수요 증가 둔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 증가율은 양호하나, 지방공항 여객 증가율 감소가 저가항공사 중심으로 수익성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하반기 일본 노선 수요 감소로 인해 국내 항공사의 하반기 실적 가시성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아시아나항공 매각방향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저가항공사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을 권한다"고 당부했다.

2년7개월 만에 12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도 우려 요인이다. 항공사들은 항공유와 항공기 등을 외화로 결제하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했으나, 환율 상승으로 인해 유가 하락 수혜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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