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비당권파 서로 '외도' 비난…양 갈래 정계개편설에 내홍 심화
바른미래, '보수통합' 이어 '호남 제3지대설'로 흔들
바른미래당이 8일 민주평화당 비당권파 의원들의 집단탈당 움직임과 함께 또다시 정계개편설의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전날 유승민 의원을 고리로 한 보수 대통합설로 벌집이 된 지 하루 만에 이번에는 호남을 고리로 한 이합집산 시나리오로 어수선하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유 의원의 바른정당계와 안철수 전 의원의 국민의당계가 '비당권파'를 이뤄 손학규 대표와 호남계 의원 등으로 구성된 '당권파'와 정면 대치 중이다.

당권파는 비당권파가 손 대표를 몰아낸 뒤 몸값을 높여 한국당과 합당을 추진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품고, 비당권파는 당권파가 당을 '호남당'으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심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애초 '자강'을 하겠다며 손잡았던 양측은 이제 상대의 '외도 정황'을 비난하며 분당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한 비당권파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권파 측이 '바른정당계에 안철수계 비례대표를 얹어 줄 테니 당을 나가라'고 제안한 것으로 안다"며 "창당 주역인 안철수·유승민 측을 몰아낸 뒤 평화당 측을 끌어들여 호남당을 만들겠다는 이야기"고 말했다.

실제로 당권파 호남계 의원들은 그간 평화당 비당권파와 물밑 접촉을 하며 바른미래당 지붕 아래에서 '제3지대' 창당 방안을 타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권파 의원은 통화에서 "몇몇 평화당 비당권파는 바른미래당에 들어올 의사가 있다"며 "추석 전후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당권파는 그동안 유 의원을 포함한 바른정당계에 "한국당으로 가라"며 갈등 봉합에 대한 의지를 사실상 접은 상태다.

특히 전날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유 의원을 향한 '공개 러브콜'을 보낸 게 이를 자극했다.
바른미래, '보수통합' 이어 '호남 제3지대설'로 흔들
이에 비당권파 측은 이날 평화당 비당권파의 탈당 움직임에 맞춰 즉각 손 대표 측을 향한 역공에 나섰다.

비당권파인 지상욱 의원은 원내정책회의에서 "전날 나 원내대표가 개인적 생각이라 해명했음에도 손 대표는 유 의원 등을 정치 공작하는 사람으로 몰며 당을 나가라고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알다시피 평화당과 합치자 했던 분들이 바로 손 대표와 호남계 의원들"이라며 "정상적인 당 대표라면 그분들을 나무라야지 있지도 않은 사실로 견강부회하면 되겠냐"고 비판했다.

지 의원은 손 대표를 향해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에 나왔을 때 '병풍 의혹' 정치공작을 편 김대업씨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그간 쓰셨던 이부자리를 돌려드릴 테니 원래 계셨던 곳으로 돌아가기 바란다"며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비당권파인 오신환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평화당 의원 입당설에 대한 질문에 "당헌·당규상 (국민의당을 탈당한) 그분들은 개별 입당이 불가능하다.

입당 여부는 최고위원회에서 의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고위원 9명 중 비당권파가 5명을 차지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오 원내대표는 "저희가 앞선 의원총회에서 한국당, 평화당과 통합하지 않고 '자강'하겠다고 한 선언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갈등구조는 극복돼야 한다"면서도 "손 대표 체제의 전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