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아마존 주식을 2달러에 샀으면 지금 부자가 됐을까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미국 아마존이 1997년 나스닥에 상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닷컴 버블이 터졌다. 기업공개 당시 18달러였던 아마존 주가도 폭락했다. 한때 2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만약 이때 아마존 주식을 500만원어치 샀으면 지금쯤 부자가 됐을까? 이후 아마존 주가는 부침을 겪으면서도 승승장구해 지난해 9월 2000달러를 돌파했다. 2달러에 사서 2000달러에 팔았다고 가정하면 50억원이 됐을 터다.

투자 세계에 ‘만약’이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종종 투자나 비즈니스에 ‘만약 그때’를 대입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만약 그때 주식을 팔았다면” “만약 그때 그 땅을 샀다면” “만약 그때 그 사업을 했더라면” 식이다. 그렇게 자책만 한다면 부질없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가정을 ‘전진을 위한 도구’ ‘미래를 준비하는 데 의미있는 재료’ ‘삶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으로 삼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제금융·경제 전문가로서 베스트셀러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등을 쓴 조원경 기획재정부 국장은 근작 <부의 비밀병기, IF>에서 부를 구축하는 사고와 습관을 길러주는 도구이자 열쇳말로 ‘만약에’를 사용한다. 30년째 기재부에 재직 중인 저자는 국제금융 파트에서 국제통화기금(IMF) 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내며 세계 부의 흐름을 연구해왔다. 이런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20가지 ‘만약에 프레임’을 통해 부자가 갖춰야 할 소양과 자본주의의 가치, 올바른 투자법, 돈의 속성과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첫 번째 ‘만약에 질문’은 “아마존 주식을 샀으면 지금쯤 부자가 됐을까?”다. 물론 시운을 타 주가가 2달러 아래일 때 사서 20여 년간 팔지 않았다면 큰 부자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수많은 등락을 참으면서 계속 묻어둘 수 있었을까. 저자는 여기서 아마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과거보다 나은 현재를 만드는 초심(初心)의 힘’에 주목한다.

베이조스는 매년 투자자에게 보내는 주주 서한에서 ‘첫날 정신’을 강조한다. 이는 ‘고객 중심 경영’ ‘높은 기준’ ‘빠른 의사결정’ ‘혁신에 대한 투자’ 등을 의미한다. 베이조스는 서한에 이렇게 썼다. “소유주는 주가의 일일등락에 신경쓰지 않아요. 장기적 관점에서 제대로 경영하면 주식은 오르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사업을 하다 보면 수익에 들떠 흥분하기도 하고 손실에 실망하기도 한다”며 “그럴수록 사업을 시작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부를 부르는 가장 중요한 기본원리”라고 말한다.

부자가 되는 것은 돈을 버는 것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만큼 모으고, 불리고, 유지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결혼 잘해서, 친구 잘 만나서, 시운이 따라서 부를 거머쥐는 경우도 많다. 크게 부를 이루는 것 같다가도 한순간에 전부 잃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상호 연결된 세계에서 국민의 부를 지키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깨달았다.”

저자는 “부자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며, 지식을 쌓거나 한 분야에서 대단한 성과를 낸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며 “부를 끌어당기는 삶의 법칙을 실천하는 사람이 부를 쟁취했다”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