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마존과 그 후손들
아마존이란 기업이 처음 등장했을 때, 나는 브라질 어디 구석에서 나타난 식물자원 기업, 조경 기업, 친환경 기업 정도로 생각했다. 실상은 작은 인터넷 서점이었다. 1995년 문을 열었을 때는 그랬다. 20년이 지난 지금,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는 최근 이혼절차를 진행하며 이목을 끌었다. 그의 자산은 145조원에 이른다. 미국 워싱턴주 법에 따라 이혼이 성립한다면 그의 처 매킨지 베이조스는 70조원이 넘는 돈을 위자료로 받는다. 이런 영화 같은 일이 가능하게 된 배경은 바로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이다.

‘100% 아프리카, 100% 인터넷’을 표방하는 주미아(Jumia)는 지난 4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14.5달러로 시작한 상장 첫날 주가는 급등을 거듭해 25.5달러로 마감했다. 아르헨티나에 적을 두고 있는 메르카도리브르(MercadoLiber)는 올초 대비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 싱가포르의 쇼피(Shopee), 인도의 플립카트(Flipkart) 등 이른바 ‘베이비 아마존’ 업체들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의 국제 전자상거래 매출은 올해 2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12% 증가한 반면, 메르카도리브르는 94%, 쇼피는 342% 증가했다.

많은 사람이 이제는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발품을 팔지 않는다. 손가락 품만 들인다. 우리 가족만 하더라도 생필품부터 고급 귀금속류, 전자제품, 심지어 생수 한 병을 사더라도 인터넷을 활용한다. 국내에 없는 물건도 주문만 하면 태평양을 건너 며칠 뒤 현관문 앞에 도착해 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 항로를 발견한 것처럼 요즘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구매루트를 개척하고 있다. 아마존과 그 후예들은 더욱 맹렬히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을 추적하고, 때로는 창조한다.

구매행위 변화에 따른 영향은 상업 행위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삶의 근간을 바꾼다. 일자리를 흔들고, 거리에 즐비한 가게들의 간판을 내리게 할 것이다. 특히 국내 260만 소상공인들의 내일이 불투명해진다. 일부는 즉각 전자상거래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통신판매 신고 업체는 58만3122개로 2014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로 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구매행위의 ‘혁명적 변화’ 앞에서 소상공인들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혁명적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