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뇌 자극으로 IQ 쑥쑥…신경과학 기술 세계
열 살 소년 올랜도 세럴은 친구들과 야구를 하다가 공에 맞아 쓰러진 뒤 삶이 달라졌다. 며칠간 심한 두통을 앓은 후 기억력이 몰라보게 좋아진 것이다. 사고 이후 모든 날의 날씨와 사소한 일까지 뚜렷하게 기억했다. 미국 여성 루이스는 스키를 타다 넘어져 뇌진탕 진단을 받은 뒤 이전에 한 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는 건물의 평면도를 완벽하게 기억하고 재구성했다. 불의의 사고가 이들의 뇌를 자극해 잠재의식 영역이 활성화된 것이다.

잠재의식 영역은 수동적인 정보 저장소가 아니라 가동할 수 있는 자체 처리능력을 갖추고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이에 주목해 평범한 사람의 뇌에 전기자극을 주는 실험을 통해 잠재능력을 높여 천재성을 발휘하도록 이끄는 데 성공했다.

<나는 천재일 수 있다>는 인간의 지능을 높이고 인지 능력을 강화하는 신경과학 기술을 소개한다.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편집자 출신 과학전문 작가인 데이비드 애덤은 이 책에서 인지 강화의 미개척 영역을 탐구한다.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의문과 문제까지 다룬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지능이 어떤 의미인지, 그 지능을 이해하고 규명하며 측정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인류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도 살펴본다.

저자는 뇌의 작동 방식을 개선해 더 효율적이고 집중력이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자신의 뇌를 전기로 자극해 지능지수(IQ) 최상위 2%만이 자격을 얻는 멘사에 가입했다. 지능은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다.

책은 뇌 전기 자극의 실상뿐 아니라 똑똑해지는 약이라고 부르는 스마트 약물과 지능검사의 어두운 역사 등도 파헤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은 인지강화제로 필로폰, 즉 메스암페타민을 제조해 군인들에게 대량 보급했다. 하지만 중독성 등 부작용에 따라 1951년 복용을 금지했다. 저자는 “하지만 21세기 미국 하버드대 재학생 중 상당수는 모다피닐 같은 스마트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며 “유명 연구소들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뇌자극 키트를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수 옮김, 와이즈베리, 388쪽, 1만6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