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A 인근 오렌지카운티서 무차별 칼부림…4명 사망

주유소·편의점·제과점 등 10여곳서 닥치는대로 강도질·흉기 난동
경찰 "증오·살인의도…33세 남성, 도시 2곳 옮겨다니며 흉기 휘들러"

미국 전역이 총격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이번에는 미 서부에서 30대 남성이 무차별 칼부림 난동을 벌여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고 AP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건은 전날 오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남쪽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도시인 가든그로브와 샌타애나에서 벌어졌다.

분노로 가득 찬 33세 남성이 이성을 잃고 주유소와 편의점, 보험회사 사무실 등 영업점 10여 곳을 돌아다니며 무차별로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경찰은 이 남성이 약 두 시간 동안 칼부림 난동을 부린 것으로 보고 있다.

칼부림 난동을 부리던 남성은 샌타애나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나오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남성은 칼로 위협해 보안요원으로부터 총기도 빼앗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직 용의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히스패닉계 남성인 것으로만 파악됐다.

가든그로브 경찰서 칼 휘트니 부서장은 "이번 흉기 폭력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범행 동기는 강도질도 있지만 증오와 살인 의도도 뒤섞여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휘트니 부서장은 "용의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분을 참지 못해 많은 사람을 해치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용의자의 흉기 난동에 죽거나 다친 피해자들도 대부분 히스패닉계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편의점과 주유소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에는 용의자가 상점에 들른 고객을 무차별로 공격하는 장면이 찍혔다고 AP는 전했다.

용의자는 편의점, 주유소 외에 제과점도 털었다.

제과점 주인은 현지 KCAL-TV에 "오후 4시쯤에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있는데 한 남성이 차를 몰고 와 주차하고 나서는 총을 들이밀면서 돈을 요구했다. 그리고는 현찰을 갖고 달아났다"라고 말했다.

용의자는 이어 인근 보험회사 사무실에 들러 50대 여직원을 수차례 흉기로 찔렀다.

보험회사 직원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큰 상처를 입었다.

보험사 직원은 용의자가 날이 넓고 무거운 칼인 '마체테'(machete) 같은 흉기를 들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오후 6시 지나서는 인근 셰브런 주유소로 옮겨가 이유 없이 주유소에 있던 한 남성을 공격했다.

주유소에서는 강도질하지도 않았다.

피해자는 뒤에서 등을 흉기로 찔렸다.

용의자는 은색 메르세데스 벤츠 차를 타고 달아났으며 인근 도시인 샌타애나의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주차했다가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체포될 당시 큰 칼과 총을 휴대하고 있었다.

편의점에 들르기에 앞서 인근 샌드위치 가게인 써브웨이에서 한 직원도 칼에 찔린 것으로 확인됐다.

써브웨이에서도 용의자가 강도질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주말 미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 월마트와 오하이오주 데이턴 시내 오리건지구에서 잇단 총격으로 3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발생한 것이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