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휘의 베트남은 지금] 하노이의 한국학교 '입학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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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자녀 넘쳐나면서 한인학교 입학 하늘의 별따기
이미 정원 2.5배 초과…‘옥상 교실’까지 등장
연 3만불 국제학교 학비도 지원해주는 공무원·대기업
중기 주재원들, “학교 때문에 이산가족 생활”
한인학교측 제2캠퍼스 추진 중
교육부, 다른 국가 한인학교와의 형평성 고려해야
이미 정원 2.5배 초과…‘옥상 교실’까지 등장
연 3만불 국제학교 학비도 지원해주는 공무원·대기업
중기 주재원들, “학교 때문에 이산가족 생활”
한인학교측 제2캠퍼스 추진 중
교육부, 다른 국가 한인학교와의 형평성 고려해야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에서 ‘학교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에서부터 빨래방 프랜차이즈까지 다양한 형태의 기업들이 진출하는데 정작 주재원 자녀들이 다닐 학교가 부족해서다. 하노이 유일의 한인학교인 한국국제학교(이하 하노이 한인학교) 학생수는 정원의 2.5배 규모인 2030명에 달할 정도다. 정원 초과로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은 예년의 절반밖에 뽑지 못했다.
○ 주재원들의 최대 고민
하노이 한인학교는 2006년에 문을 열었다. 남의 집 살이를 전전하다 2012년에 교민과 우리은행 등 진출기업의 후원으로 학사를 신축해 하노이 시내 북서쪽 꺼우져이(Cau Giay)구로 이전했다. 1만5968㎡의 부지에 초·중·고 과정을 모두 갖춘 교육부 정식 인가 학교다. 2012년 제2의 개교 당시만해도 학생수는 420명이었다. 최인국 하노이 한인학교 교장은 “등록금이 한 해 5000달러로 영국, 미국 등 해외 국제학교(2만5000~3만달러)에 비해 저렴한 데다 한국에서 엄선된 교사들이 파견되는 터라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학생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년 간 약 800명이 불어났다.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강조하면서 핵심 교두보인 베트남으로 기업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기업들이 탈(脫)중국을 꾀하면서 대안으로 베트남을 점찍은 것도 주요 배경이다. 급기야 올해 학급당 인원이 40명으로 불어났다. 교육 환경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옥상에도 교실을 만들어 특별활동반을 옮겼다. 최 교장은 “붕괴 위험이 있어 옥상 교실에 정규반을 만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복도 한쪽을 메운 ‘쪽방 교실’까지 등장했다. 최 교장은 “베트남 현지 가정이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교실도 조만간 없앨 예정”이라고 말했다.
○ “자녀들 보낼 학교가 없다”
들어갈 자리가 없다보니 하노이 한인학교 입학은 하늘의 별 따기다. 180명을 뽑은 지난해 초1 과정엔 212명이 응시해 거의 한 반 규모의 학생이 떨어졌다. 최 교장은 “떨어진 학부모들이 학교에 찾아와 울고불고 난리였다”며 “어쩔 수 없이 행정실을 없애고 교실을 만들어 떨어진 아이들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이상 교실을 지을 공간이 없어 올해 신입생은 90명으로 줄였다. 2020학년도 신입생은 아예 추첨으로 뽑았다. 예비학생 195명이 지원했는데 이 중 105명만 추첨을 통해 입학 허가를 받았다. 2~6학년 초등과정도 추첨으로 이뤄진다. 그나마 자리가 나야 들어갈 수 있다. 학교 감사를 맡고 있는 김병준 하노이 우리은행 지점장은 “추첨은 학교 운영위원회 감시 아래 매우 엄격하게 진행된다”며 “대리 추첨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학교 이상은 ‘입시 전쟁’을 치러야 한다. 한 자리라도 나면 많게는 시험을 통해 학교자를 뽑는다. 경쟁률은 수십대 1이다. 몽골에서 하노이로 조만간 전근한다는 한 중견기업 임원은 “중3인 아들 교육을 위해선 한인학교가 가장 좋을 것 같아 학교에 문의했는데 자리가 없다고 해 어떻해야할 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 베트남의 ‘학교 규제’에 발목
한인학교 문제는 베트남에 진출하는 중견중소기업, 자영업자들 입장에선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다. 주재원 자녀의 국제학교 학비를 대줄 만큼 자금이 풍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학교 문제가 해결이 안돼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가족과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금융권, 공무원들은 국제학교 학비 지원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인학교 입학 문제에 덜 민감하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하노이 한인학교는 제2 캠퍼스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학교 운동장을 줄이고, 그 자리에 신규 건물을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교민들이 돈을 모아 자금도 마련했다. 하지만 인허가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도장을 받아야할 관청이 교육부, 국토교통부, 하노이 시정부를 비롯해 층층시하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대행사를 고용해 인허가를 진행 중이지만 최근 베트남 정부에 사정 바람이 불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최 교장은 제2의 대안으로 한인 밀집 지역 내 건물 임대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건물을 교실로 개조해 중학교나 고등학교 등을 옮기는 방안이다. 인허가를 받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데다 기존 한인학교의 교육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점이 크다. 운동장을 그대로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장벽에 부딪혔다. 우리 교육부는 다른 한인학교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노이 한인학교와 교육부는 이 사안에 대해 이달 중순께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 주재원들의 최대 고민
하노이 한인학교는 2006년에 문을 열었다. 남의 집 살이를 전전하다 2012년에 교민과 우리은행 등 진출기업의 후원으로 학사를 신축해 하노이 시내 북서쪽 꺼우져이(Cau Giay)구로 이전했다. 1만5968㎡의 부지에 초·중·고 과정을 모두 갖춘 교육부 정식 인가 학교다. 2012년 제2의 개교 당시만해도 학생수는 420명이었다. 최인국 하노이 한인학교 교장은 “등록금이 한 해 5000달러로 영국, 미국 등 해외 국제학교(2만5000~3만달러)에 비해 저렴한 데다 한국에서 엄선된 교사들이 파견되는 터라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학생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년 간 약 800명이 불어났다.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강조하면서 핵심 교두보인 베트남으로 기업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기업들이 탈(脫)중국을 꾀하면서 대안으로 베트남을 점찍은 것도 주요 배경이다. 급기야 올해 학급당 인원이 40명으로 불어났다. 교육 환경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옥상에도 교실을 만들어 특별활동반을 옮겼다. 최 교장은 “붕괴 위험이 있어 옥상 교실에 정규반을 만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복도 한쪽을 메운 ‘쪽방 교실’까지 등장했다. 최 교장은 “베트남 현지 가정이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교실도 조만간 없앨 예정”이라고 말했다.
○ “자녀들 보낼 학교가 없다”
들어갈 자리가 없다보니 하노이 한인학교 입학은 하늘의 별 따기다. 180명을 뽑은 지난해 초1 과정엔 212명이 응시해 거의 한 반 규모의 학생이 떨어졌다. 최 교장은 “떨어진 학부모들이 학교에 찾아와 울고불고 난리였다”며 “어쩔 수 없이 행정실을 없애고 교실을 만들어 떨어진 아이들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이상 교실을 지을 공간이 없어 올해 신입생은 90명으로 줄였다. 2020학년도 신입생은 아예 추첨으로 뽑았다. 예비학생 195명이 지원했는데 이 중 105명만 추첨을 통해 입학 허가를 받았다. 2~6학년 초등과정도 추첨으로 이뤄진다. 그나마 자리가 나야 들어갈 수 있다. 학교 감사를 맡고 있는 김병준 하노이 우리은행 지점장은 “추첨은 학교 운영위원회 감시 아래 매우 엄격하게 진행된다”며 “대리 추첨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학교 이상은 ‘입시 전쟁’을 치러야 한다. 한 자리라도 나면 많게는 시험을 통해 학교자를 뽑는다. 경쟁률은 수십대 1이다. 몽골에서 하노이로 조만간 전근한다는 한 중견기업 임원은 “중3인 아들 교육을 위해선 한인학교가 가장 좋을 것 같아 학교에 문의했는데 자리가 없다고 해 어떻해야할 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 베트남의 ‘학교 규제’에 발목
한인학교 문제는 베트남에 진출하는 중견중소기업, 자영업자들 입장에선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다. 주재원 자녀의 국제학교 학비를 대줄 만큼 자금이 풍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학교 문제가 해결이 안돼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가족과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금융권, 공무원들은 국제학교 학비 지원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인학교 입학 문제에 덜 민감하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하노이 한인학교는 제2 캠퍼스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학교 운동장을 줄이고, 그 자리에 신규 건물을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교민들이 돈을 모아 자금도 마련했다. 하지만 인허가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도장을 받아야할 관청이 교육부, 국토교통부, 하노이 시정부를 비롯해 층층시하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대행사를 고용해 인허가를 진행 중이지만 최근 베트남 정부에 사정 바람이 불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최 교장은 제2의 대안으로 한인 밀집 지역 내 건물 임대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건물을 교실로 개조해 중학교나 고등학교 등을 옮기는 방안이다. 인허가를 받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데다 기존 한인학교의 교육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점이 크다. 운동장을 그대로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장벽에 부딪혔다. 우리 교육부는 다른 한인학교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노이 한인학교와 교육부는 이 사안에 대해 이달 중순께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