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개월만에 또 최고인민회의 소집…정세교착속 정책기조 주목
한반도 정세 교착과 제재 '장기전' 속에서 북한이 남한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4개월여 만에 다시 개최하기로 해 어떤 내용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를 이달 29일 평양에서 소집한다고 9일 일제히 보도했다.

남한의 국회와 비슷한 최고인민회의는 통상 예산·결산과 국가직 인사 등의 안건을 처리하며 입법 권한을 갖고 있다.

실질적 정책결정 기구인 노동당이 결정한 정책 노선을 추인하고, 예산 배정과 입법 등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북한은 지난 4월 11∼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과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김정은 2기' 체제의 법적 기반과 인적 진용을 마련했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둘째 날 시정연설을 하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의 대내정책 및 북미·남북관계 등 대외관계 기조를 포괄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 기조는 현재까지도 북한의 정책 방향에서 기본 지침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다시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한 것은 다소 예상 밖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1년에 두 차례 최고인민회의를 여는 것은 흔치 않지만, 전례는 있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4월과 9월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에 관련된 안건을 논의했다.

그러나 2012년과 2014년 모두 두 번째 회의가 9월 25일에 열린 것과 비교해보면 이번 회의는 8월 말로 다소 이른 시기에 열린다고도 할 수 있다.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해야 할 나름대로 중요한 안건이 있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은 대북제재 장기화 국면에서 '자력갱생'을 위한 경제정책 관련 입법 조치 등이 나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내년 종료되지만, 제재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등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4월 최고인민회의 당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대해 많은 메시지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게 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4월 최고인민회의 당시 개정 헌법에 경제관리에서 "내각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인다"며 경제주체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경제관리 방법으로 명시했는데, 이에 대한 후속조치 등이 나올 수도 있다.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새로 임명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재룡 내각총리 등 '김정은 2기 팀'이 자리를 잡은 뒤 다시 열리는 회의라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이들의 최고인민회의 운용 방향과 경제정책 방향 등이 이번 회의에서 윤곽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입법기관과 내각 수장이 모두 바뀐 상황이라 몇 개월 정도 점검을 거친 뒤 다시 (정책을) 상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도 중요한 시기에 열리는 만큼 대외정책에 대한 입장 발표 여부도 관심이다.

회의가 열리는 29일은 이달 초 시작된 한미 연합연습이 마무리된 뒤 북미가 실무협상 재가동을 모색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은 한미 연합연습과 남한의 최신무기 도입 등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잇단 단거리 발사체 발사로 재래식 전력의 개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 위원장이 올해 북미협상, 남북관계 방향을 이미 구체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최고인민회의에서 급격한 대외 기조 변화가 제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김정은 체제가 당이 우선하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정착 시켜 온 점을 고려하면 최고인민회의에 앞서 또다시 노동당 회의가 열려 중요한 결정을 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