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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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공개 석상에서 한국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렸다고 미 CNN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날 익명의 미 행정부 당국자 2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수개월 동안 한국에 대한 호감을 잃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CNN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로 더욱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을 억제하는 것’을 한국의 역할로 보고 있으며, 한국이 이 역할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들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2주일도 안돼 이뤄진 북한의 네차례 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대신 한반도 문제에 대한 불만을 한국에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공개적으론 “단거리 미사일일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비공개 석상에선 한국에 불만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다만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당국자들이 이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북한 억제 역할을 강조한 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나 무기 구매 확대를 요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윗을 통해 “우리는 사실상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미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묵살,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한국에 대한 비판은 한·미동맹의 틈을 벌리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리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CNN에 “한·미동맹은 한국전쟁의 도가니 속에서 피로 벼려졌다”며 “(한·미동맹의) 영구적 모토는 ‘같이 갑시다’이지 ‘충분히 돈을 받으면 같이 간다’가 아니다”고 말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는 “2019년은 기이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공식적 동맹인 한국보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보다 존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한·미동맹을 약화하는 데 집중해 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가 “동맹을 훼손하는 퍼펙트 스톰(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