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 호르무즈 파병 요청…정경두 "다양한 대안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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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24시간 방한'…방위비 분담금은 언급 안해
외교부→국방부→靑 방문
문 대통령 만나 30분 환담
외교부→국방부→靑 방문
문 대통령 만나 30분 환담
지난달 24일 취임 후 한국을 처음 방문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1박2일 일정 동안 숨가쁘게 움직였다. 국내에 머문 24시간여 동안 청와대, 외교부, 국방부를 차례로 돌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군사·외교 고위 라인들과 상견례를 했다.
지난 8일 오후 7시께 전용기편으로 평택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그는 9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조찬을 한 뒤 곧바로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찾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30여 분간 환담했다. 한국에서의 첫 공식 일정을 외교부 방문으로 잡은 것을 두고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주무 부처가 외교부이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러나 면담이 끝난 뒤 “에스퍼 장관은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파병 요청한 에스퍼
에스퍼 장관은 외교부 청사를 나온 뒤 곧바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동해 오전 11시부터 2시간여 동안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했다. 양측은 환영 의전도 약식으로 치르고 점심 식사를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회담에 임했다. 두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한반도 안보 상황과 전시작전권 전환 추진 등 한·미 동맹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한반도 주변의 안정 유지를 위해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소통·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에스퍼 장관은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필요성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의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한국도 (호르무즈 해협 방어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우리 국민과 선박도 (해협을) 이용하고 있으니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공식적이고 명시적인 파병 요청은 아니었다”고 설명했지만 미국이 고위급 채널을 통해 파병 필요성을 거론했다면 사실상 공식 요청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일본, 한국처럼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나라들이 자국 경제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호위 연합체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의 참여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정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가능성에 대해 “우리 선박도 위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체 판단해서 (파병을)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 잘 해결돼야” 원론적 공감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마친 에스퍼 장관은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환담했다. 문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이 공고한 한·미 동맹을 이어갈 적임자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양국 간 대화가 지속될 여지를 마련해줬다”며 “미·북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청와대 면담에선 방위비 분담금 인상,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 세부 현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존폐 문제에선 “잘 해결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장돼야 한다, 파기돼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얘기가 아니라 원만한 문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이 서로 오갔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후 오산 공군기지로 복귀해 양국 군 장병을 격려하며 24시간여의 한국 일정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청구서’ 차례차례 날아올 듯
이날 에스퍼 장관은 최대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 언제든지 한국을 향해 직·간접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 이른바 ‘트럼프 청구서’로 불리는 압박을 차례차례 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날 미 국무부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제(theme)’라며 동맹국을 향한 증액 요구를 거들고 나섰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명백하게 정리해온 이슈 중 하나”라며 “그는 우리의 동맹국들이 더 기여하기를 원한다고 말해왔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지난 8일 오후 7시께 전용기편으로 평택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그는 9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조찬을 한 뒤 곧바로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찾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30여 분간 환담했다. 한국에서의 첫 공식 일정을 외교부 방문으로 잡은 것을 두고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주무 부처가 외교부이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러나 면담이 끝난 뒤 “에스퍼 장관은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파병 요청한 에스퍼
에스퍼 장관은 외교부 청사를 나온 뒤 곧바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동해 오전 11시부터 2시간여 동안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했다. 양측은 환영 의전도 약식으로 치르고 점심 식사를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회담에 임했다. 두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한반도 안보 상황과 전시작전권 전환 추진 등 한·미 동맹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한반도 주변의 안정 유지를 위해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소통·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에스퍼 장관은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필요성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의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한국도 (호르무즈 해협 방어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우리 국민과 선박도 (해협을) 이용하고 있으니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공식적이고 명시적인 파병 요청은 아니었다”고 설명했지만 미국이 고위급 채널을 통해 파병 필요성을 거론했다면 사실상 공식 요청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일본, 한국처럼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나라들이 자국 경제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호위 연합체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의 참여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정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가능성에 대해 “우리 선박도 위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체 판단해서 (파병을)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 잘 해결돼야” 원론적 공감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마친 에스퍼 장관은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환담했다. 문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이 공고한 한·미 동맹을 이어갈 적임자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양국 간 대화가 지속될 여지를 마련해줬다”며 “미·북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청와대 면담에선 방위비 분담금 인상,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 세부 현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존폐 문제에선 “잘 해결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장돼야 한다, 파기돼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얘기가 아니라 원만한 문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이 서로 오갔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후 오산 공군기지로 복귀해 양국 군 장병을 격려하며 24시간여의 한국 일정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청구서’ 차례차례 날아올 듯
이날 에스퍼 장관은 최대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 언제든지 한국을 향해 직·간접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 이른바 ‘트럼프 청구서’로 불리는 압박을 차례차례 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날 미 국무부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제(theme)’라며 동맹국을 향한 증액 요구를 거들고 나섰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명백하게 정리해온 이슈 중 하나”라며 “그는 우리의 동맹국들이 더 기여하기를 원한다고 말해왔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