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 정당화 어렵다' 등 문정인 발언 영향 가능성
'2기 4강 대사' 라인업 완료…'非외교관'서 '커리어' 위주 재편
靑 "이수혁, 중요 직위 거친 외교 전문가"
주미대사 이수혁 낙점 이면에 문정인 고사…'美 여론 고려' 해석(종합)
조윤제 주미대사의 후임에 애초 유력하게 거론되던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대신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이 내정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 특보는 주미대사 교체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부터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낙점받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새 주미대사 발표 하루 전날인 8일 문 특보가 대사직 제안을 고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청와대는 9일 이 의원을 주미대사 내정자로 발표했다.

이 주미대사 내정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처음 연락을 받은 것이 언제인가'라는 물음에 "꽤 됐다"면서 "지난주 초 청와대에서 (내정 사실을) 연락받았다"고 말했다.

조 대사의 후임을 두고 문 특보와 이 내정자를 복수로 검토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 특보가 발탁되지 않은 배경에 대해 "문 특보에게는 지금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서로(문 대통령과 문 특보)에게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문 대통령이 문 특보를 주미대사로 최종 낙점하기 어렵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문 특보가 미국 국제정치학회 부회장을 지내는 등 '미국통'으로 불리지만, 그동안 해온 발언들이 미국 측에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청와대가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문 특보는 지난해 4월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을 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 특보에게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며 사실상 문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문 특보는 '학자의 소신'임을 강조했으나 이런 주장이 미국의 처지에서 쉽게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문 대통령의 주미대사 인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여기에 '문정인 주미대사 내정'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전날 '문정인 주미대사 내정설'에 "한미동맹은 위기에 빠질 것"(황교안 대표), "부적격을 넘어서 극히 위험한 인사"(나경원 원내대표)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특보가 자리를 고사한 점, 이 의원이 적임자라는 점을 고려한 인사"라며 해당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번 주미대사 인선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미·중·일·러 4강 대사 2기 라인업 재편은 완료됐다.

특히 정치인 등 비(非)외교관 위주였던 문재인 정부 '1기 4강 대사'와 달리 '커리어'라 불리는 정통 외교관 중심으로 '2기 4강 대사'가 꾸려졌다.

학자 출신으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중대사를 제외하면 이 내정자와 남관표 주일대사, 이석배 주러시아대사 모두 외교관 출신이다.

4강 대사 인선의 초점을 '실무형'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 내정자는 외시 9회, 남관표 주일대사는 외시 12회이며, 이석배 주러시아대사는 1991년 전문관으로 채용된 뒤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내정자에 대해 "1975년 외무고시 합격 후 공직에 입문한 이래 외교통상부 차관보 등 정부 중요 직위를 두루 거친 외교 전문가"라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외교통상비서관으로 활약하고 2003년에는 북핵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를 맡는 등 한반도 평화 및 북핵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조윤제 현 주미대사와 이수훈 전 주일대사는 학자 출신이고 주중대사를 지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윤근 전 주러시아대사는 정치인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1기 4강 대사' 중에는 외교관 출신이 없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