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연구팀, 위장관 해부 19마리서 모두 플라스틱 나와
'플라스틱 쓰레기 전시장' 바다거북 뱃속…해초 먹이로 착각
바다거북의 배에서 필수품처럼 발견되는 플라스틱이 이들의 먹이인 해초 모양이 많아 해양동물들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고 있다는 점이 다시 입증됐다.

영국 엑서터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해양과학 연구원 에밀리 덩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중해 동부 섬나라 키프로스 해변에서 죽은 채 발견된 바다거북의 장에서 나온 플라스틱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총 39마리의 바다거북을 해부했으며, 위장관을 완전히 검사한 19마리에게서 모두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 중 한 마리의 대장과 소장에서는 모두 183점의 플라스틱 파편이 나왔다.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이 바다거북들이 주로 어망에 걸린 뒤 죽었지만, 장 속의 플라스틱이 죽음과 관련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플라스틱 쓰레기 전시장' 바다거북 뱃속…해초 먹이로 착각
연구팀은 장수거북의 배 속에서 먹이인 해파리 모양의 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앞선 연구결과를 보고 시각을 통해 먹이를 구하는 거북 사이에서 일반적인 현상인지 확인하기 위해 바다거북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바다거북의 장에서 발견된 플라스틱이 크기와 형태, 색깔 등이 먹이인 해초를 닮아 주로 가늘고 긴 형태에다 검거나 녹색, 투명한 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덩컨 박사는 "해변의 플라스틱 파편들과 비교할 때 바다거북이 검은색이나 녹색, 투명한 색의 가늘고 얇은 플라스틱을 선호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이 플라스틱들은 검은색 쓰레기봉투나 어망 밧줄과 쇼핑백 등에서 나온 것들"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바다거북이 어리고 작을수록 뱃속에서 더 많은 플라스틱이 검출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경험이 부족해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는 사례가 더 많았거나 나이나 크기에 따른 먹이 선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파편은 거북뿐만 아니라 심해 생물이나 바닷새 등에게서도 발견되는 등 해양생물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엑서터대학의 해양과학 연구를 이끌고 브렌단 고들리 교수는 "이런 연구는 거북이 무엇을 먹고 어떤 종류의 플라스틱을 더 많이 먹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서 "어떤 플라스틱이 문제가 되는지 알고, 사람들이 플라스틱 소비와 오염을 줄이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게 문제를 조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