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국과 무역협상에 대해 “우리는 합의할 준비가 안돼 있다”고 말했다. 9월 워싱턴에서 열기로 한 장관급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서도 “(회담을)계속한다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합의할 준비가 안돼 있다고 중국에 말한다”며 “중국은 뭔가를 하고 싶어하지만 나는 아직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5년간의 남용(중국이 25년간 미국을 이용해왔다는 의미). 나는 그렇게 빨리 (합의할)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우리가 9월에 회담을 계속할지 말지 지켜보겠다”며 “(회담을)계속한다면 좋다. 그렇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화웨이와 비즈니스(거래)를 안할 것”이라며 “난 정말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화웨이와 어떤 비즈니스도 안하는게 훨씬 더 간단하다”고 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완화 방침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관심을 모았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CNBC는 “미 상무부가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완화를 여전히 추진중이며 ‘화웨이와 거래 안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정부 차원의 화웨이 제품 구매 금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화웨이와 미국 기업간 거래제한 완화라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의미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와 미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했지만 6월말 미·중 정상회담 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범용 제품에 한해 화웨이와 미국 기업의 거래를 일부 허용하겠다고 밝혔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할 준비가 안돼 있다’고 밝히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흐를 것이란 관측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미·중은 지난 7월말 중국 상하이에서 장관급 무역협상을 재개했지만 아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9월부터 3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고 중국은 미국 농산물 구매 중단 방침을 밝혔다. 중국은 위안화 환율이 2008년 이후 11년만에 달러당 7위안을 넘는 걸 허용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중앙은행(Fed)에 대한 기준금리 인하 압박도 이어갔다. 그는 미국 경제가 Fed에 의해 수갑이 채워지고 있다며 Fed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낮추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