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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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환율전쟁으로 영역을 넓히는 등 더욱 첨예해지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이 향후 유가전쟁으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중국이 국제유가 하락세를 부추겨 미국의 셰일오일 업계를 고사시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이 국제원유 시장을 교란시킬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원유 시장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10일(현지시간)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산 원유 수입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만약 중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증대시키게 되면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비교적 높은 가격 구간에서 손익분기점이 형성돼 있는 미국 원유 업계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9일 국제 유조선들의 움직임을 분석한 시장조사업체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달 440만배럴에서 1100만배럴 사이에 달하는 이란산 원유가 중국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는 하루 평균 14만2000배럴에서 36만배럴에 해당하는 양이다. 상단 숫자를 감안할 경우 지난달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이 5월부터 재개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도 불구하고 평시의 절반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국제유가의 가격결정자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이 시장을 교란시킬 경우 미국의 셰일오일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산 셰일오일은 중동산 원유 등에 비해 비교적 높은 배럴당 50~60달러가 손익분기점(BEP)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CNBC는 지난 5일 중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게 되면 국제유가가 3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보고서 내용을 전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최근 그 어느 때보다 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전량에 대해 10~2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데 이어 중국이 자국 화폐인 위안화 가치를 크게 절하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8일에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1년 만에 처음으로 위안화 고시 환율을 달러당 7위안을 넘긴 7.0039위안으로 고시해 논란이 됐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