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피해 최소화 위해 책임지고 물러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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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튜브 영상으로 논란이 된 월례조회 후 4일 만이다. 한국콜마는 지난 7일 조회에서 한 극우 성향 유튜브 영상을 틀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불매운동 대상에 올랐다. 한국콜마가 국내 제약사, 화장품 회사 등에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여서 고객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에 사퇴 결정을 내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회장은 한국콜마 회장과 한국콜마의 대주주인 한국콜마홀딩스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윤 회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반일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일어난 사태로 불매운동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회장 “모든 책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
윤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내곡동 본사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회사 내부 조회 시 참고 자료로 활용했던 동영상으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 고객사, 소비자, 임직원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저의 과오는 무겁게 꾸짖어 주시되 현업에서 땀흘리는 임직원과 회사에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3분 간의 사과문 발표를 마친 윤 회장은 질의응답 없이 회견장을 나갔다.
한국콜마는 코스맥스와 함께 국내에서 손꼽히는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이다. 그러나 월례조회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영상에는 정부의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비판과 여성 비하적 발언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국콜마의 월례조회는 임직원들이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행사다.
조회 내용이 알려지자 한국콜마와 윤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한국콜마는 지난 9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매월 경영진과 임직원이 함께 참여해 경영 상황을 점검하고 시장 이슈를 공유하면서 인문학적 정서 함양에 힘쓰는 30년 전통을 갖고 있다”며 “영상을 보여준 취지는 일부 편향된 내용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강준영 한국콜마 경영지원부문 전무는 “윤 회장이 조회 때 해당 영상을 보여줄 때도 이것이 회사나 개인으로서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며 “중국인들이 난징대학살을 기억하기 위해 현장을 그대로 살려놓았듯 우리도 잔혹한 역사를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윤 회장이 일본으로 유출된 고려불화 ‘수월관음도’를 2016년 25억원에 구입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고, 서울여해재단을 창립해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활동에 노력한만큼 친일 논란은 지나친 비난이라는 것이 한국콜마 측의 설명이다.
◆CJ헬스케어 인수해 주요 제약사로 도약
한국콜마는 윤 회장이 1990년 설립한 제조자개발생산(ODM) 회사다. 윤 회장은 1974년 대웅제약에 입사해 16년간 제약업계에 몸담았다. 생산 및 영업 현장을 두루 경험한 그는 차장으로 입사해 15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1989년에는 외국계 제약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이듬해 대웅제약 사장직을 제안받았지만 모두 고사하고 한국콜마를 창업했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제조를 시작으로 의약품 위탁생산(CMO)에도 뛰어들었다. 해열진통소염제, 혈압약, 당뇨약, 연고, 크림 등 의약품 복제약(제네릭)을 국내 제약사에 공급했다. 2012년에는 제약사 비알엔사이언스(현 콜마파마)를 인수하고 지난해 4월 CJ헬스케어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하며 단숨에 국내 주요 제약사로 떠올랐다. CJ헬스케어 인수로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10년 전인 2008년 1635억원에 비해 12배 넘게 성장했다.
◆한국콜마 “전문경영인 체제 유지할 것”
한국콜마의 사과문 발표에서 비난 여론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한국콜마가 국내 다수 화장품 회사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점을 들어 이들 회사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 게시판과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한국콜마로부터 납품받는 회사 목록이 올라왔으며, 일부는 관련 업체에 전화해 한국콜마와의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조승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지난 10일 논평에서 “윤 회장이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물론 여성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저질 영상을 직원들에게 강제로 보게 하며 사상교육을 했다”고 비난했다.
비난 여론이 심해지자 윤 회장은 경영 일선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 다수가 수출기업이자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윤 회장이 피해 최소화를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한국콜마홀딩스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김병묵 사장이 단독대표를 맡게 됐다. 한국콜마는 한국콜마홀딩스와 윤 회장 등을 비롯한 33인이 30.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윤 회장 외 8명이 45.93%를 갖고 있는 구조다.
한국콜마는 윤 회장의 장남인 윤상현 사장이 총괄하고 있으며 화장품, 제약 부문 등은 전문경영인들이 이끌고 있다. 강 전무는 “윤 회장이 그동안 중요한 판단 과정에 조언을 했지만 사업 경영은 이전처럼 전문 경영인들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사장은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쳐 2009년 한국콜마에 입사해 2016년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박상익/전예진 기자 dirn@hankyung.com
◆윤 회장 “모든 책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
윤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내곡동 본사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회사 내부 조회 시 참고 자료로 활용했던 동영상으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 고객사, 소비자, 임직원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저의 과오는 무겁게 꾸짖어 주시되 현업에서 땀흘리는 임직원과 회사에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3분 간의 사과문 발표를 마친 윤 회장은 질의응답 없이 회견장을 나갔다.
한국콜마는 코스맥스와 함께 국내에서 손꼽히는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이다. 그러나 월례조회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영상에는 정부의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비판과 여성 비하적 발언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국콜마의 월례조회는 임직원들이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행사다.
조회 내용이 알려지자 한국콜마와 윤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한국콜마는 지난 9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매월 경영진과 임직원이 함께 참여해 경영 상황을 점검하고 시장 이슈를 공유하면서 인문학적 정서 함양에 힘쓰는 30년 전통을 갖고 있다”며 “영상을 보여준 취지는 일부 편향된 내용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강준영 한국콜마 경영지원부문 전무는 “윤 회장이 조회 때 해당 영상을 보여줄 때도 이것이 회사나 개인으로서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며 “중국인들이 난징대학살을 기억하기 위해 현장을 그대로 살려놓았듯 우리도 잔혹한 역사를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윤 회장이 일본으로 유출된 고려불화 ‘수월관음도’를 2016년 25억원에 구입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고, 서울여해재단을 창립해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활동에 노력한만큼 친일 논란은 지나친 비난이라는 것이 한국콜마 측의 설명이다.
◆CJ헬스케어 인수해 주요 제약사로 도약
한국콜마는 윤 회장이 1990년 설립한 제조자개발생산(ODM) 회사다. 윤 회장은 1974년 대웅제약에 입사해 16년간 제약업계에 몸담았다. 생산 및 영업 현장을 두루 경험한 그는 차장으로 입사해 15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1989년에는 외국계 제약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이듬해 대웅제약 사장직을 제안받았지만 모두 고사하고 한국콜마를 창업했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제조를 시작으로 의약품 위탁생산(CMO)에도 뛰어들었다. 해열진통소염제, 혈압약, 당뇨약, 연고, 크림 등 의약품 복제약(제네릭)을 국내 제약사에 공급했다. 2012년에는 제약사 비알엔사이언스(현 콜마파마)를 인수하고 지난해 4월 CJ헬스케어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하며 단숨에 국내 주요 제약사로 떠올랐다. CJ헬스케어 인수로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10년 전인 2008년 1635억원에 비해 12배 넘게 성장했다.
◆한국콜마 “전문경영인 체제 유지할 것”
한국콜마의 사과문 발표에서 비난 여론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한국콜마가 국내 다수 화장품 회사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점을 들어 이들 회사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 게시판과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한국콜마로부터 납품받는 회사 목록이 올라왔으며, 일부는 관련 업체에 전화해 한국콜마와의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조승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지난 10일 논평에서 “윤 회장이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물론 여성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저질 영상을 직원들에게 강제로 보게 하며 사상교육을 했다”고 비난했다.
비난 여론이 심해지자 윤 회장은 경영 일선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 다수가 수출기업이자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윤 회장이 피해 최소화를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한국콜마홀딩스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김병묵 사장이 단독대표를 맡게 됐다. 한국콜마는 한국콜마홀딩스와 윤 회장 등을 비롯한 33인이 30.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윤 회장 외 8명이 45.93%를 갖고 있는 구조다.
한국콜마는 윤 회장의 장남인 윤상현 사장이 총괄하고 있으며 화장품, 제약 부문 등은 전문경영인들이 이끌고 있다. 강 전무는 “윤 회장이 그동안 중요한 판단 과정에 조언을 했지만 사업 경영은 이전처럼 전문 경영인들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사장은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쳐 2009년 한국콜마에 입사해 2016년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박상익/전예진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