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억 세금만 쓰고 문닫는 서울 중소유통물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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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보호' 무리한 추진
직거래로 동네슈퍼 지원 불구
대형업체와 경쟁 안돼 '역마진'
직거래로 동네슈퍼 지원 불구
대형업체와 경쟁 안돼 '역마진'
지난 9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중소유통물류센터(사진). 3372㎡ 규모 대형 물류센터 내부는 절반 이상 비어 있었다. 서울 전역 동네 슈퍼마켓으로 물건들을 배송해야 할 트럭 9대도 모두 멈춰서 있었다. 서울시가 2013년 42억원을 들여 설립한 ‘중소유통물류센터’를 정리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 취지로 마련했지만 소규모 자본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유통업계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 결과라는 지적이다.
운영 중단 1년 반…누적 적자 30억원
서울시 중소유통물류센터는 동네 슈퍼마켓과 산지 간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서울시가 만든 중간 유통창고다. 2013년 국비와 시비를 합쳐 총 42억원을 투입해 마련했다. 통상 중소형 슈퍼마켓은 5~6차례 도매상을 거쳐 물건을 들여오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수수료가 붙어 저가 공세를 펼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다.
서울시는 수백 개 중소형 슈퍼마켓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에 중소유통물류센터의 운영을 맡기고 슈퍼마켓들이 이 센터를 통해 산지와 직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서울시 중소유통물류센터는 작년부터 사실상 경영이 마비된 상태다. 현재까지 누적 적자는 3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회원점포 수는 226곳으로 2015년 회원 수(2600여 개)의 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2017년만 해도 당시 물류센터를 운영하던 서울남북부수퍼마켓조합은 2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려 적자폭을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무리하게 운영 주체를 바꾼 것이 이 같은 경영마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는 작년 중소유통물류센터 운영업체를 서울남북부수퍼마켓협동조합에서 서울중동부수퍼마켓협동조합으로 교체했다.
롯데가 롯데마트 은평점을 신설하면서 당시 서울남북부수퍼마켓협동조합에 냈던 상생기금을 은평구 일대에 쓰지 않고 센터 운영비로 썼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남북부수퍼마켓협동조합이 확보했던 거래처들이 모두 끊기면서 1년 넘게 운영이 중단되고 있다.
“유통구조 이해 못하고 무리한 개입”
일각에서는 중소유통물류센터가 유통시장에 끼어들기 힘든 구조인데도 서울시가 ‘골목상권 보호’라는 취지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물류센터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량의 물건을 싼 가격에 받아오는 경쟁력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을 공급하는 중소유통물류센터는 비싼 가격에 물건을 떼올 수밖에 없어 운영할수록 적자만 쌓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민간위탁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중동부수퍼마켓협동조합은 지난해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위탁업체를 바꾸면서 센터의 유통마진을 기존 3%에서 7%까지 허용하기로 했지만 허용된 유통마진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물류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구안 제출했지만…
물류센터 측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슈퍼마켓뿐 아니라 전통시장과 음식점까지 판매처를 확대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배송대행서비스도 추진하겠다고 서울시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 내부에서도 현재 유통 구조 자체가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구조라 서울시의 지원 없이 운영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중소유통물류센터를 포함한 양곡 도매시장 일대에 양재 연구개발(R&D) 캠퍼스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캠퍼스 착공을 시작하는 2022년부터 물류센터 운영은 중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골목상권 보호’ 취지로 마련했지만 소규모 자본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유통업계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 결과라는 지적이다.
운영 중단 1년 반…누적 적자 30억원
서울시 중소유통물류센터는 동네 슈퍼마켓과 산지 간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서울시가 만든 중간 유통창고다. 2013년 국비와 시비를 합쳐 총 42억원을 투입해 마련했다. 통상 중소형 슈퍼마켓은 5~6차례 도매상을 거쳐 물건을 들여오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수수료가 붙어 저가 공세를 펼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다.
서울시는 수백 개 중소형 슈퍼마켓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에 중소유통물류센터의 운영을 맡기고 슈퍼마켓들이 이 센터를 통해 산지와 직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서울시 중소유통물류센터는 작년부터 사실상 경영이 마비된 상태다. 현재까지 누적 적자는 3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회원점포 수는 226곳으로 2015년 회원 수(2600여 개)의 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2017년만 해도 당시 물류센터를 운영하던 서울남북부수퍼마켓조합은 2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려 적자폭을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무리하게 운영 주체를 바꾼 것이 이 같은 경영마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는 작년 중소유통물류센터 운영업체를 서울남북부수퍼마켓협동조합에서 서울중동부수퍼마켓협동조합으로 교체했다.
롯데가 롯데마트 은평점을 신설하면서 당시 서울남북부수퍼마켓협동조합에 냈던 상생기금을 은평구 일대에 쓰지 않고 센터 운영비로 썼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남북부수퍼마켓협동조합이 확보했던 거래처들이 모두 끊기면서 1년 넘게 운영이 중단되고 있다.
“유통구조 이해 못하고 무리한 개입”
일각에서는 중소유통물류센터가 유통시장에 끼어들기 힘든 구조인데도 서울시가 ‘골목상권 보호’라는 취지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물류센터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량의 물건을 싼 가격에 받아오는 경쟁력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을 공급하는 중소유통물류센터는 비싼 가격에 물건을 떼올 수밖에 없어 운영할수록 적자만 쌓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민간위탁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중동부수퍼마켓협동조합은 지난해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위탁업체를 바꾸면서 센터의 유통마진을 기존 3%에서 7%까지 허용하기로 했지만 허용된 유통마진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물류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구안 제출했지만…
물류센터 측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슈퍼마켓뿐 아니라 전통시장과 음식점까지 판매처를 확대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배송대행서비스도 추진하겠다고 서울시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 내부에서도 현재 유통 구조 자체가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구조라 서울시의 지원 없이 운영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중소유통물류센터를 포함한 양곡 도매시장 일대에 양재 연구개발(R&D) 캠퍼스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캠퍼스 착공을 시작하는 2022년부터 물류센터 운영은 중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