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美, 中 환율조작국 지정…환율전쟁 서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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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치' 뚫리자 美 일방적 지정
양국 위안화·달러 약세 강행 땐
글로벌 악몽…'솔로몬 지혜'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양국 위안화·달러 약세 강행 땐
글로벌 악몽…'솔로몬 지혜'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중국 위안화 가치는 미·중 무역마찰의 바로미터다. 마찰이 심화되면 절하, 진전되면 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0일 미국의 보복관세가 부과되기 직전 달러당 6.6위안대까지 절상되던 위안화 가치가 이후엔 추세적으로 절하되면서 마침내 포치(破七), 즉 ‘1달러=7위안’ 선이 뚫렸다.
당혹스러운 국가는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포치선이 뚫리자마자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1995년 역(逆)플라자 합의(서방 선진국 간 달러 강세를 유도하기 위한 협정) 이후 사라졌던 ‘환율 조작의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한국 등 다른 교역국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두 가지 점에서 미국의 전통을 지키지 않은 파격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하나는 예정된 ‘시기’를 지키지 않은 점, 다른 하나는 정해진 ‘규칙’을 어겼다는 점이다. 정치적 욕망에서 나온, 보복성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에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환율 조작국과 같은 교역국의 지위도 이때 결정된다. 올해 상반기 환율보고서를 당초 예정일보다 한 달 이상 늦어진 지난 5월 말에 발표했던 것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인가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했기 때문이다.
‘2015 무역 촉진법’에 따라 새롭게 적용된 BHC(베넷-해치-카퍼) 요건으로 환율 조작국에 해당하는 ‘환율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되려면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3% 이상 △외환시장 개입이 1년 중 8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그 비용이 GDP의 2% 넘는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중국은 첫 번째 요건만 걸려있다. BHC 요건대로라면 이번에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기 전에 중국의 지위인 ‘환율관찰 대상국’에서도 빠졌어야 했다. 2016년 대선 당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적용된 것은 ‘1988년 종합무역법’이다. 대규모 경상수지흑자와 유의미한 대미국 무역흑자 중 한 가지 요건만 걸려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미국 마음대로 환율 조작국에 지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1990년 전후로 한국, 중국 등 대미국 흑자국이 집중적으로 환율 조작국에 걸렸던 이유다.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행정명령으로 100% 보복관세를 때릴 수 있다. 대중 무역적자 축소와 함께 2020 대선의 최대 약점인 재정적자를 관세 수입으로 메울 수 있어 매력적인 카드다. 하지만 ‘극단적 이기주의’라는 국제적인 비난은 피할 수 없다.
앞으로 중국이 어떤 식으로 나올 것인가가 국제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대폭 절하하고 미국도 달러 약세로 맞대응할 경우 글로벌 환율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세계 경제도 1930년대에 겪었던 대공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무역과 환율과의 비연계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기 대응적 요소 등을 감안한 현행 환율제도에서는 전일 경제지표가 부진하면 ‘절하’, 개선되면 ‘절상’해 고시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가 중국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어 그 자체가 마찰과 오해의 소지를 안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를 대폭 절하하면 실익은 크지 않다. 경상거래 면에서 수출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자본거래 면에서는 자본 유출을 초래해 금융위기 우려가 높아진다. 일대일로 등을 통해 중국의 대외 위상을 높이는 ‘팍스 시니카’ 구상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절하에 가장 명료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달러 약세’다. 하지만 초기에 나타나는 ‘J커브 효과’ 때문에 2020년 대선을 치르기 이전까지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확대돼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시뇨리지가 줄어들고 달러 자산의 자본 손실이 커지는 부담도 있다.
글로벌 환율전쟁은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가 ‘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주기를 바란다.
당혹스러운 국가는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포치선이 뚫리자마자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1995년 역(逆)플라자 합의(서방 선진국 간 달러 강세를 유도하기 위한 협정) 이후 사라졌던 ‘환율 조작의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한국 등 다른 교역국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두 가지 점에서 미국의 전통을 지키지 않은 파격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하나는 예정된 ‘시기’를 지키지 않은 점, 다른 하나는 정해진 ‘규칙’을 어겼다는 점이다. 정치적 욕망에서 나온, 보복성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에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환율 조작국과 같은 교역국의 지위도 이때 결정된다. 올해 상반기 환율보고서를 당초 예정일보다 한 달 이상 늦어진 지난 5월 말에 발표했던 것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인가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했기 때문이다.
‘2015 무역 촉진법’에 따라 새롭게 적용된 BHC(베넷-해치-카퍼) 요건으로 환율 조작국에 해당하는 ‘환율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되려면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3% 이상 △외환시장 개입이 1년 중 8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그 비용이 GDP의 2% 넘는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중국은 첫 번째 요건만 걸려있다. BHC 요건대로라면 이번에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기 전에 중국의 지위인 ‘환율관찰 대상국’에서도 빠졌어야 했다. 2016년 대선 당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적용된 것은 ‘1988년 종합무역법’이다. 대규모 경상수지흑자와 유의미한 대미국 무역흑자 중 한 가지 요건만 걸려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미국 마음대로 환율 조작국에 지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1990년 전후로 한국, 중국 등 대미국 흑자국이 집중적으로 환율 조작국에 걸렸던 이유다.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행정명령으로 100% 보복관세를 때릴 수 있다. 대중 무역적자 축소와 함께 2020 대선의 최대 약점인 재정적자를 관세 수입으로 메울 수 있어 매력적인 카드다. 하지만 ‘극단적 이기주의’라는 국제적인 비난은 피할 수 없다.
앞으로 중국이 어떤 식으로 나올 것인가가 국제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대폭 절하하고 미국도 달러 약세로 맞대응할 경우 글로벌 환율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세계 경제도 1930년대에 겪었던 대공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무역과 환율과의 비연계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기 대응적 요소 등을 감안한 현행 환율제도에서는 전일 경제지표가 부진하면 ‘절하’, 개선되면 ‘절상’해 고시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가 중국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어 그 자체가 마찰과 오해의 소지를 안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를 대폭 절하하면 실익은 크지 않다. 경상거래 면에서 수출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자본거래 면에서는 자본 유출을 초래해 금융위기 우려가 높아진다. 일대일로 등을 통해 중국의 대외 위상을 높이는 ‘팍스 시니카’ 구상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절하에 가장 명료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달러 약세’다. 하지만 초기에 나타나는 ‘J커브 효과’ 때문에 2020년 대선을 치르기 이전까지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확대돼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시뇨리지가 줄어들고 달러 자산의 자본 손실이 커지는 부담도 있다.
글로벌 환율전쟁은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가 ‘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