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 실적 악화로 내실이 흔들린 가운데 대외 악재까지 겹치며 ‘내우외환’에 빠진 한국 주식시장을 외국인이 점점 외면한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한·일 갈등과 원화 약세 흐름이 계속되는 한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도가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9일까지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거래한 대금은 1412조206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935조4564억원)보다 27.0% 줄었다. 이 기간 외국인은 5조548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최근 3개월만 보면 외국인은 2조5750억원어치 매도 우위였다.

일본과의 무역갈등,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이후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도 강도는 세지고 있다. 외국인은 미·중 분쟁이 격화된 지난 5월에만 3조52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 들어 가장 많은 순매도액이다.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방침을 확정한 이달 들어선 더 공격적으로 팔고 있다. 최근 1주일 새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1000억원어치 이상 순매도했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한국 시장의 매력을 더 깎아내렸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를 제외한 한국 상위 200개 기업의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8% 감소한 24조원가량이다. 2분기에도 반도체 철강 화학 등 주력 업종의 실적이 부진을 이어갔다. 무디스, S&P 등 신용평가사들은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경고를 잇달아 내놨다. S&P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2.0%로 낮췄다.

원화 약세의 환율 흐름도 외국인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추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당장 외국인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MSCI지수 내 한국 비중 감소도 외국인의 순매수 유입을 막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MSCI의 8월 정기 변경에서 신흥시장(EM)지수 중 한국 비중은 11.61%에서 11.30%로 줄어든다. MSCI 추종 자금이 지수 내 비중만큼 이탈하게 된다는 게 일반적 계산이다. 8월 들어 외국인은 1조390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MSCI지수 추종 자금이 한국 종목 매도를 유발하며 장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8월 한 달간 외국인은 1조5000억~2조3000억원 정도를 순매도할 것”으로 추정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