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영 칼럼] '기술 냉전'에서 살아남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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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갈등 전에도 침체 거듭해온 한국
인기영합 복지정책과 정략적 선동 앞서
투자환경 개선·전문인력 양성에 힘써야
정갑영 <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前 총장 >
인기영합 복지정책과 정략적 선동 앞서
투자환경 개선·전문인력 양성에 힘써야
정갑영 <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前 총장 >
![[정갑영 칼럼] '기술 냉전'에서 살아남으려면](https://img.hankyung.com/photo/201908/07.14213014.1.jpg)
수입처 다변화나 부품 국산화도 하루아침에 가능한 게 아니다. 자력갱생의 장벽이 너무나 높다. 남북한 ‘평화 경제’의 꿈은 더욱더 요원해 보인다. 따라서 지금은 감성이나 즉흥적 발상에서 벗어나 일본과의 갈등을 완화하고 확산을 막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문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외교적 정상화를 모색하고, 이번 기회에 극일(克日)을 넘어 치열한 기술냉전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현 정부가 기치로 내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도 여전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형평과 공정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구조조정기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정책 목표의 달성은커녕 분배를 악화하고 잠재적 성장 기반을 취약하게 만드는 부작용만 확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복병을 만났으니 성장동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큰 난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가 세계적인 기술냉전 추세를 좇아 한국의 첨단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추진된다면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 행여 일본과의 통상관계가 단기에 호전된다고 해도 차세대 첨단산업에 대한 규제는 어떤 형태로든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결국 한국에 대한 투자 환경을 악화시키고, 미래 산업의 잠재적 성장 기반을 위축시킬 것이다. 이미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환경규제 등으로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급감하고 있다. 오히려 해외 투자가 급증하는 최근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한국 경제의 불길한 예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과연 어떤 모델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번 계기에 한국이 어떤 체제를 지향하며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정책 기조를 새롭게 재정립해야 한다. 방향은 명약관화하다. 우선적으로 투자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첨단산업을 이끌 전문 인력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소재와 부품에 수조원을 퍼붓는다고 경쟁력이 저절로 길러지진 않는다.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산업 규제,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개선하지 않은 채 시장에 역행하는 정책을 지속한다면 ‘극일’은커녕 장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기조차 힘들 것이다. 죽창을 들고 외부 탓만 하기 전에 우리 내부의 제도 혁신이 가장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