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11일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항하는 ‘민부론(民富論)’ 초안을 공개했다. 관치경제를 타파하고 민간 주도의 시장경제 체제를 복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3만달러 수준인 1인당 국민소득(GNI)을 2030년까지 5만달러로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담았다.

내년 총선 앞두고 새 정책 담론 제시

소득주도성장과 맞붙는 '황교안의 민부론'
한국당 ‘2020 경제 대전환위원회’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이날 “수차례 세미나와 당 안팎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현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에 대한 대안을 담은 민부론 초안 작성을 마쳤다”며 “내달 초 최종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유방임적 시장경제를 강조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비교해 국가보다 개인의 부 창출에 더 초점을 맞췄다는 뜻에서 민부론으로 이름 지었다.

황교안 대표(사진) 지시로 지난 5월 말 출범한 대전환위는 당 소속 의원 27명과 외부 전문가 55명으로 구성됐으며 △비전 △활기찬 시장경제 △경쟁력 강화 △지속 가능한 복지 △자유로운 노동시장 등 5개 분과로 나뉘었다.

민부론 총론을 맡은 비전 분과는 현 정부의 반(反)시장, 반기업, 친(親)노조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경우 2040년대 이후엔 한국이 남미형 경제위기를 반복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를 막기 위해선 경제정책 기조를 △자유시장경제 △작고 유능한 정부 △공정하고 따뜻한 경제 등으로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활기찬 시장경제 분과는 “현 정부가 국가주의에 빠져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할 분야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급격한 공무원 증원이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봤다. 해결 방안으로는 비대해진 공공기관 감축,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 수 재조정 등을 제시했다.

“기업·노동·복지정책, 대수술해야”

소득주도성장과 맞붙는 '황교안의 민부론'
경쟁력 강화 분과는 “정부가 부의 분배에만 집중한 나머지 기업가정신을 위축시켰고,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막고, 법인·상속세와 상속인의 경영 참여 요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 제도에 대해선 고비용·저효율의 서유럽·북유럽 모델을 답습해선 안 된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바꾸고, 기초연금은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자유로운 노동시장 분과는 비대해진 노조 권력을 견제해 기업의 경영 여건 악화와 일자리 감소를 막자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를 위해 분과는 노조 파업으로 조업이 중단됐을 때 해당 사업과 무관한 근로자나 파견 근로자를 고용(대체근로)하는 방안을 내놨다.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담았다.

한국당은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인 작년 11월에도 국민 개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한 경제 담론 ‘아이(i)노믹스’를 내놨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아이노믹스와 달리 민부론은 황교안이라는 담론을 이끌 구심점이 있고 대안도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