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에 예상 외의 충당금 설정으로 실적 쇼크를 낸 상장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템임플란트 등 일부 종목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고도 충당금 문제로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해 ‘신(新)외부감사법’ 도입 이후 깐깐해진 회계법인의 기준을 고려해 상장사들이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충당금이 발목, 잇단 '실적 쇼크'
12일 코스닥시장에서 오스템임플란트는 1만2400원(19.25%) 급락한 5만200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각각 87억원, 99억원어치 순매도하며 낙폭을 키웠다. 지난 9일 장 마감 후 발표한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분기에 사상 최대인 140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영업이익(77억원)이 작년 동기에 비해 5.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125억원을 38% 밑도는 금액이다.

해외에서 발생한 대손충당금 및 재고충당금이 영업이익을 줄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대손충당금은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매출채권, 재고자산 충당금은 팔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 관련 손실을 비용으로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항목이다.

김슬 삼성증권 연구원은 “동남아시아와 인도 자회사에서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60억원가량 발생해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됐다”며 “해외 자회사 매출채권의 대손상각비용도 약 20억원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삼성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는 오스템임플란트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외에도 충당금으로 인해 부진한 ‘성적’을 낸 상장사가 여럿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2분기 영업이익(504억원)이 작년 동기보다 33.0% 감소했다. 협력업체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대손충당금을 192억원 설정한 영향이 컸다. 이 회사는 같은 이유로 1분기에도 58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았다.

2분기에 대규모 영업손실(807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한 현대일렉트릭은 보증수리 관련 판매보증 충당금(260억원), 특약점 부실 관련 대손충당금(90억원) 등을 쌓았다. 현대일렉트릭은 “특약점 관련 충당금은 특약점 거래업체가 부도를 내 현금흐름이 막히면서 발생했다”며 “현재 채권 회수를 진행 중이고 충당금 환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업체인 서울반도체도 2분기 영업이익(66억원)이 62.3% 급감했다. 글로벌 LED 시장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손충당금 130억원가량을 일시에 반영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손상각비 발생은 향후 업황 바닥 국면에서 어닝 쇼크를 방어하는 보험의 의미”라고 말했다.

충당금을 미리 설정해 두는 상장사가 늘어나는 것은 회계기준 강화와도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기업 회계에 오류가 생겼을 때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신외부감사법’이 시행됐다. 한 코스닥 상장사의 재무 담당자는 “정상 채권이라 하더라도 결제기간이 조금 길면 회계법인이 충당금을 쌓으라고 하는 요구가 늘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