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선언문에 당원·국민·명분 없었다"…"명분 없는 정치는 사욕 정치"
박지원 겨냥 "한 원로 정치인, 탈당·분열 기획하고 조종…구태정치"
정동영, 비당권파 탈당에 "평화당, 구태정치로부터 해방 선언"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12일 비당권파의 집단 탈당과 관련해 "오늘 민주평화당은 구태정치로부터 해방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의 개회 전 발언에서 "구태정치는 말과 행동이 다르고 명분과 국민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10명이 탈당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말리고 설득했지만 무력했다"며 "가지 말았어야 할 길을 끝내 간 것에 대해 참으로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탈당 선언문을 읽어본 결과 당원과 국민, 명분 등 3가지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선언문에) 당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며 "당의 주인인 당원에 대한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는 일방 독주"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어 "국민에 대한 생각은 껍데기뿐이었다.

회견문에 쓰인 국민은 허울뿐인 레토릭으로서의 국민일 뿐"이라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탈당의 명분이 없다.

명분 없는 정치는 죽은 정치, 사욕의 정치"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비당권파의 사퇴요구에 대해 "당의 분란 사태의 시작과 끝, 몸통이 바로 본인들로, 그들이 당무에 복귀하면 당은 정상화 되고 분란은 끝나는데, 자기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 '후단협'(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이 탄생해 30∼40명이 탈당했지만, 다음 선거에서 거의 살아남지 못했다"며 "이들의 탈당이 명분 없는 탈당으로 판명나면 내년 선거에서 '제2의 후단협'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 대표는 "탈당한 10분에게 개인적인 유감은 없고 다시 만나길 바라지만, 한 분의 원로 정치인에게는 유감을 표한다"며 "분열과 탈당을 막아야 할 분이 이를 기획하고 조종한 혐의를 벗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결사체를 만들고 집단 탈당을 강제한 이 분의 행태는 대표적인 구태정치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역설했다.

정 대표가 언급한 '원로 정치인'이란 박지원 의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권파는 비당권파의 배후로 박 의원을 지목하고 정계은퇴 요구 등을 하며 각을 세워왔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탈당파는 잊고, 재창당의 길을 가겠다"며 ▲ 개혁정치 ▲ 약자를 위한 정치 ▲ 젊은정치 ▲ 여성정치 등 작지만 강한 정당을 만들기 위한 4가지 자강방안을 제시했다.

당내에서도 비당권파의 탈당에 명분이 없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당권파인 박주현 최고위원은 이어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탈당 사태를 당을 구태정치로부터 '환골탈태'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김대중 정신을 이어받은 정통 야당, 개혁 야당으로 재창당하겠다"고 말했다.

중립파였던 조배숙 의원도 "(비당권파가) 기다리지 않고 이렇게 (탈당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두고두고 그분들에게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그들에게는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의 뒷벽에는 당의 상징색인 연두색 바탕에 '구태정치에서의 해방'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렸다.

앞서 이승한 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의 아픔을 딛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재창당의 길로 나갈 것"이라며 "선거 때만 되면 '합종연횡'하는 구태를 용납하지 않는 국민이 있어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권파와 뜻을 함께 하는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전현직 회장 일동 역시 기자회견에서 "이합집산을 밥 먹듯 하는 구태정치의 반복이 호남의 정신인가"라며 "탈당파들은 정치적 도박꾼"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