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내 암세포 데이터 철저 분석
구보성 엠비디 대표는 경기 수원 광교에 있는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 내 본사에서 “암 환자에게 다양한 항암제를 투여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 몸 밖에서 암세포를 배양한 뒤 여러 가지 조합을 시험해보는 것이 안전하고 정확하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엠비디는 3차원 세포배양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조직 검사로 암세포를 떼어낸 뒤 배양해 최적의 항암제를 찾아준다. 3차원 세포배양 칩, 칩에 배양된 세포를 균등하게 뿌리는 스파터, 항암제 접촉 결과를 분석하는 스캐너가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이다. 세포배양과 항암제 추천을 한번에
엠비디의 세포배양 칩 ‘셀비트로’는 연필심 굵기의 기둥 끝에 세포가 맺히게 하는 배양판이다. 적게는 8개에서 많게는 532개를 한 판에 배양할 수 있다. 평면에서 세포를 배양하면 자라면서 중력으로 인해 반원형으로 퍼진다. 세포가 정상적인 모양으로 자라지 못할뿐더러 항암제 등을 써도 정확한 결과를 낼 수 없다. 셀비트로는 기둥 끝에 세포를 뿌리고 젤 성분으로 가둬 원형 크기를 유지한다. 사람 몸속에서 자라는 것과 비슷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환자 몸속에서 나온 암세포를 일정 기간 배양한 뒤 항암제가 담긴 판에 꽂는다. 사람에게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항암제 처리를 마친 뒤 스캐너에 넣으면 어떤 약물의 항암 효과가 가장 좋았는지를 수치와 그래픽으로 알려준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주일이다. 이 과정에 3차원 세포배양, 바이오 프린팅, 세포 이미지 분석, 딥러닝 기술 등이 활용된다. 구 대표는 “세포 배양과 항암제 처리 등을 사람이 손으로 하면 오류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엠비디의 스파터는 세포를 정밀하고 균일하게 뿌리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FDA 승인 후 수출 물꼬
엠비디가 보유한 플랫폼 기술은 신속성과 정확성이 장점이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 환자의 암 특성을 파악하고 투여 가능한 항암제 및 조합을 찾아내 의사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다. 기존 혈액 진단 방식으로는 환자가 어떤 암을 앓고 있는지 찾아낼 수 있지만 치료 방법까지 제시할 수는 없다. 엠비디는 매우 적은 양의 암 조직으로 투여 가능한 항암제 조합을 찾아내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구 대표의 설명이다.
엠비디는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과 협력해 항암제 추천 솔루션 개발 작업을 하고 있다. 구 대표는 “의학의 발전으로 같은 위암이라도 사람마다 적합한 치료제가 다를 수 있다”며 “환자의 암 정보와 투약 데이터를 엠비디의 추천 솔루션과 비교하며 정확성을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 세포 진단과 항암제 추천을 한번에 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것을 계기로 싱가포르와 유럽에서 수출 실적을 올렸다. 암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병원, 연구소, 제약바이오 기업 모두 엠비디의 잠재 고객이다. 이 회사의 플랫폼이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되면 10년 내 매출이 5000억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매출은 13억8400만원이었다. 구 대표는 “2021년 하반기에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