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인해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분양수익이 줄어드는 만큼 종전처럼 사업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기존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저렴한 아파트 공급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늘어 전세가격이 불안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재건축 지연으로 공급부족 심화…청약 과열·전셋값 급등도 우려"
사업 막바지 재건축 직격탄

1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민간택지에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 기준을 ‘최초 입주자모집공고’로 일원화했다.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 상한제 적용을 피한 뒤 사업 막바지에 와 있는 재건축·재개발 구역이 다시 분양가 규제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 요지의 재건축 단지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 분양을 앞두고 있는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원베일리)’와 ‘삼성 상아2차(래미안라클래시)’ 등이 대표적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재개발 투자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 약세도 불가피하다”며 “후분양을 통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던 단지들은 그나마 분양 수입이 덜 감소하는 선분양으로 다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구 수 대비 일반분양 비율이 높았던 단지일수록 타격은 클 전망이다. 1만2000여 가구 가운데 5000여 가구가 일반분양인 ‘둔촌주공’ 등이 대표적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반분양 수익이 줄어드는 만큼 조합원들이 내야 할 분담금도 오른다”며 “이미 은퇴해 현금이 부족한 조합원이라면 추가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조합원 지분을 매수한 투자자들도 분담금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일반분양 청약보다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비사업 전문가로 꼽히는 강영훈 네이버 ‘부동산스터디’ 카페 대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동작, 마포, 성동 등 정비사업 단지의 분양가가 높았던 지역과 아닌 지역에서 상한제가 차별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안전진단 강화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 사업이 순항한 곳들이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맞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2022년 이후 서울 도심에 들어설 중장기 입주 물량은 더욱 줄어들어 공급 부족이 심해질 것”이라며 “결국 다음 정부가 부동산 가격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고아파트보단 분양아파트를 노리려는 청약 대기 수요가 늘면서 반등하던 서울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 불안해질 수도”

내 집 마련을 노리는 이들에겐 분양가상한제가 호재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로 인한 공급 감소가 불가피하고 로또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것으로 예상돼 청약 경쟁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전망이다. 함영진 랩장은 “이미 HUG의 분양가 규제로 올해 계획된 분양아파트 47만 가구 가운데 실제 분양은 17만 가구에 그쳤다”고 말했다.

청약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완전히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영훈 대표는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꺼낸 목표는 상승장에 올라타지 말고 청약을 기다리라는 의미”라며 “전매제한이 길어진 데다 최대 5년의 의무 거주요건이 추가될 예정인 만큼 무작위 청약이 아니라 실제 거주할 지역에 선택적으로 청약하려는 이들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세가격은 불안 요인이다.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데다 청약대기 수요까지 늘어나는 까닭이다.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당시 2.74%였던 전국 주택 전세가격 변동률은 2년 뒤 4.27%로 오름폭이 두 배가량 커졌다. 2011년엔 15.3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리모델링 또는 중소형 단지 재건축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매력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어서다. 이상우 위원은 “대형 단지가 타격을 받는 만큼 규모가 작은 곳들의 사업이 빨라지거나 일반분양이 거의 없는 1 대 1 재건축, 리모델링이 각광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