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비난 받으며 호송차 탑승하는 고유정 (사진=연합뉴스)
거센 비난 받으며 호송차 탑승하는 고유정 (사진=연합뉴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피고인 고유정(36)의 첫 공식 재판에 동석한 것은 국선변호인이 아닌 새로 선임한 변호인이었다.

앞서 지난 7월 8일과 9일 고유정 측이 선임한 변호인 5명은 고유정의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에 휩싸이자 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했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정봉기)는 12일 오전 10시 201호 법정에서 고유정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고유정이 대동한 변호사 A씨는 지난 9일 새로 선임됐으며 지난달 고유정을 변호하다 비난 여론에 시달려 사임했던 5명 중 1명이다.

A변호사는 과거 판사로 재직하면서 집시법에 대한 위헌법률신청을 제청해 ‘촛불 판사’로 불린 인물이다. A변호사는 지난달 사임계를 제출한 이후에도 고유정이 수감된 제주교도소에 수시로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은 수감 직후 5주 동안 27번 변호인을 접견하면서 치밀하게 재판을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유정의 변호를 맡았다가 법인이 사임계를 제출한 후 A씨는 퇴사를 감행하면서 고유정 재판에 복귀했다.

A 변호사는 지난 9일 CBS 노컷뉴스에 “사건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니 고유정의 우발적 범행 주장을 받쳐주는 객관적 증거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재 공소사실 중 살인과 사체 훼손·은닉 혐의는 모두 인정하지만 범행 동기와 관련해 피고인이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재판에 복귀하기로 어렵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개인 변호사 신분으로 재판에 참석하는 이유에 대해 A변호사는 “이번에 또 고유정 사건을 맡으면서 동료 변호사가 피해를 볼까 봐 개인 변호사로 재판에 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고유정은 변호사 쇼핑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변호사를 만난 후 자신에게 도움이 될 변호사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돌아온 고유정 변호사 "사건 기록 꼼꼼히 보니 우발적 범행 증거"
이날 A변호사를 대동해 법정에 선 고유정은 우발적 범행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전 남편 강모(36)씨가 자신을 성폭행하려고 해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는 주장이다. 또 고유정 측은 강씨에게 변태적 성욕이 있었다고 강조하며 사건 원인을 피해자 측에 돌렸다.

이에 피해자 변호인 측은 “피고인 측은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방적인 진술을 다수했다”며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터무니없는 진술을 한 부분에 대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는 살인과 사체손괴·은닉이다. 경찰은 고유정의 말을 믿고 초기 실종사건으로 판단해 초동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강씨의 시신은 일부도 찾지 못한 상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