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채 잡힌 고유정/사진=연합뉴스
머리채 잡힌 고유정/사진=연합뉴스
고유정 변호사 A 씨가 사임 후 다시 복귀한 후 고유정의 억울함을 적극 피력했다.

고유정의 변호사로 다시 등판한 A 씨가 다시 사임 의사를 밝혔다. A 씨는 13일 오전 법무법인 내부 단톡방을 통해 "억울한 죄인(고유정)을 후배의 소개로 만나 차비 외 별 비용 없이 소신껏 도우려 했다"며 "법인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노력을 했지만 죄송하다"며 고유정 사건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가족 중 스트레스로 쓰러지는 분이 계셨다"며 "소신을 완전히 꺾기로 했다"고 적었다.

A 씨는 이후 취재진을 통해 "어머니의 건강 문제 때문에 사건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9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사건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니 고유정의 우발적 범행 주장을 받쳐주는 객관적 증거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재 공소사실 중 살인과 사체 훼손·은닉 혐의는 모두 인정하지만 범행 동기와 관련해 피고인이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재판에 복귀하기로 어렵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앞서 대형 로펌 소속으로 동료 변호사 4명과 함께 고유정의 변호를 맡았다. 하지만 고유정 측의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난 여론이 일었고, 결국 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했었다.

하지만 A 씨는 지난달 사임계 제출 후에도 고유정이 수감된 제주 교도소를 수시로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고유정의 변호사로 다시 업무를 맡기 위해 법무법인에서도 퇴사했다.
시민들에게 머리채 잡힌 고유정/사진=연합뉴스
시민들에게 머리채 잡힌 고유정/사진=연합뉴스
A 씨는 "이번에 또 고유정 사건을 맡으면서 동료 변호사가 피해를 볼까 봐 개인 변호사로 재판에 임하기로 했다"며 개인 변호사 자격으로 고유정의 변호를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A 씨를 필두로 한 고유정의 변호인단은 고유정 전 남편의 변태적인 성행위 요구를 주장하면서 고유정의 우발적 살인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1차 공판에서 고유정의 변호인단은 모든 사건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렸다.

고유정의 변호사들은 "피해자가 설거지하는 평화로운 전 아내(고유정)의 뒷모습에서 옛날 추억을 떠올렸던 것"이라며 "자신의 무리한 성적 요구를 피고인이 거부하지 않았던 과거를 기대했던 것이 비극을 낳게 된 단초"라고 주장했다.

또 고유정이 CCTV에 얼굴에 노출된 것을 언급하며 "계획적인 범죄라 할 수 없는 증거"라고 주장했고, 고유정이 카레에 넣었다고 알려진 졸피뎀 역시 "전 남편 강 씨가 먹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불에 묻은 피해자의 혈흔에서 졸피뎀 반응이 나온 부분에 대해서도 "고유정이 전 남편과 몸싸움을 하던 중, 고유정의 혈흔에서 나왔다"며 "강 씨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고유정이 "뼈의 중량" 등 포털사이트를 통해 살인과 관련된 키워드를 검색한 부분에 대해서도 "클럽 버닝썬 사건 후 연예 기사를 보던 중 호기심에 찾아 본 것"이라고 변호했다. 또 "현 남편 보양식으로 감자탕을 검색했고, 그 과정에서 꼬리곰탕 뼈 분리수거, 뼈 강도 등 연관검색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유정 /사진=연합뉴스
고유정 /사진=연합뉴스
고유정 측의 주장에 피해자 강 씨 측 변호사도 반발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피고인의 변호인은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방적인 진술을 다수 했다"며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터무니없는 진술을 한 부분에 대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며 "고인을 아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이러한 주장은 인간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도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최소 3곳 이상 다른 장소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고유정은 강 씨가 반항하지 못하도록 저녁 메뉴로 향이 강한 카레를 준비하고, 졸피뎀을 섞여 먹여 범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펜션과 아버지 소유의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시신을 훼손하고, 쓰레기 처리장에 유기하는 등의 기행을 저질렀다.

미리 졸피뎀 등 약물을 준비하고, 사건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는 등 계획범죄 정황과 CCTV 영상 등이 발견되면서 고유정의 범행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도 고유정은 "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도 10여차례의 조사에도 불구, 고유정은 "기억이 파편화돼 정리가 안 돼 진술할 수 없다"면서 진술을 거부했다.

또한 흉악 범죄로 얼굴이 공개됐을 때에도 일부러 머리로 얼굴을 가리는 등 방해를 하며 자신의 얼굴 노출을 피해왔다.

이날 재판에 참석할 때에도 고유정은 단발머리로 최대한 얼굴을 가리며 얼굴 노출을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고유정은 전 남편 강 씨 뿐 아니라 현재의 남편 A 씨의 5살 의붓아들도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A 씨는 고유정이 전 남편 살해 직전 카레를 메뉴로 선택한 사실을 알고, 한 언론을 통해 "아이가 사망하기 전날 저녁식사로 카레를 먹었다"면서 당시 촬영한 사진을 증거로 공개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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