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사상 첫 적자를 낸 이마트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한편 자산을 유동화해 현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내놨다. 주가가 급락하고 신용등급이 떨어지자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반등에 성공했다.

이마트는 우선 1000억원 가까운 자사주를 시장에서 사들이기로 했다. 주가가 저점이란 신호를 주고, 일부 투매 물량도 받아내기 위한 조치다. 재무 건전성도 높이기로 했다.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 10여 곳을 팔아 약 1조원을 현금화한 뒤 이 돈으로 빚을 갚기로 했다.
'적자 쇼크' 이마트, 주가방어·재무개선 나섰다
주가 하락은 일단 진정

이마트는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장내에서 자사주 90만 주를 취득하기로 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전일 종가(10만5500원) 기준 약 950억원어치다. 이마트 전체 발행 주식의 3.23%에 해당한다. 14일부터 자사주 취득을 시작해 11월 13일 이전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이 자사주 매입 업무를 맡았다.

이마트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2011년 6월 신세계와 분할한 뒤 처음이다. 지난 3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사주를 사들인 적은 있다. 당시 정 부회장은 이마트 주식 14만 주, 금액으론 241억원어치를 매입했다. 하지만 올 2분기 사상 첫 적자와 이로 인한 주가 하락으로 이런 노력도 허사가 됐다. 이마트 주가는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약 42% 떨어졌다. 현재 주가는 2011년 인적 분할로 인한 재상장 첫날 종가(22만35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작년 말 48%를 넘었던 이마트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41%까지 낮아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실적 악화를 감안해도 회사 가치보다 과도하게 떨어졌다고 판단했다”며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마트는 전날보다 7000원(6.64%) 오른 11만2500원에 장을 마치며 주가 하락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매장 팔아 부채비율도 낮출 예정

이마트는 대규모 ‘자산유동화’ 방침도 밝혔다.

10여 곳의 이마트 매장을 기관투자가에 매각한 뒤 이들로부터 10년 이상 장기 임차(세일앤드리스백)해 영업하겠다는 내용이다. 매각 예정 금액은 약 1조원이다. 이 자금은 부채비율을 떨어뜨리는 데 주로 활용될 예정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이마트의 재무구조에 우려를 나타내며 신용등급을 낮춘 영향이다. 이마트 부채비율은 작년 말 71.8%에서 지난 6월 말 78.6%로 상승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자산유동화를 통해 부채비율을 6~7%포인트 낮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요 유통사들은 대부분 자산을 유동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이 침체를 겪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마트에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달 백화점, 대형마트 등 10개 매장을 묶어 리츠(REITs) 형태로 유동화하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도 51개 매장을 자산으로 한 리츠 상장을 시도하기도 했다. 리츠는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주식을 발행해 증시에 상장하고 불특정 다수 투자자에게 주식을 팔아 자산을 유동화하는 기법이다.

이마트가 리츠 대신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을 택한 것은 ‘속도’ 때문이다. 리츠는 자산을 제3자에게 매각하지 않고도 현금을 유동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시간이 많이 걸린다. 상장을 위해선 최소 6개월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 세일앤드리스백은 자산을 매입할 소수의 기관투자가만 찾으면 된다. 이마트는 연내 세일앤드리스백 작업을 완료하기로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