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코스닥 반도체 설계업체인 픽셀플러스 보유주식을 시장에서 매도했다. 픽셀플러스의 코스닥 기업공개(IPO)까지 성사시킨 뒤 4년 넘게 기다렸지만 회사 실적이 매년 악화되자 손절매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 손절매한 물량의 손실률은 매입 단가 대비 -40~50%에 달하며 손실 금액은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스카이레이크가 운용하는 ‘코에프씨 스카이레이크 그로쓰 챔프 2010의5호’ PEF는 픽셀플러스 20만 주(2.45%)를 장내매도했다. 지난 5일 장중 상한가(6070원)까지 치솟자 보유주식 55만1759주(6.76%) 가운데 20만 주를 처분했다. 카무르 PEF도 픽셀플러스 42만5000주 대부분을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현물분배하고 잔여지분은 장내에서 처분했다고 뒤늦게 공시했다.

스카이레이크와 카무르 PEF는 2013년께 픽셀플러스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고 이 회사에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랐다. 페이팔 창업자로 유명한 피터 틸도 투자에 참여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미지센서를 설계하는 픽셀플러스가 나스닥시장 퇴출이란 역경을 딛고 부활한 시기였다. 이 회사는 2014년 매출 1239억원, 영업이익 217억원을 거뒀다. 이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성장 기대를 한층 높였다. 공모가는 주당 3만원으로 책정됐다. 스카이레이크 등은 보유주식 가운데 40만 주만 구주 매출(상장 후 보유주식 처분)로 이익을 실현했다. PEF들의 주당 투자단가는 1만원 수준이었다.

픽셀플러스는 상장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매출은 2015년 1062억원으로 줄어든 이후 급감하기 시작해 지난해 37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도 2016년 적자로 돌아서 지난해엔 94억원 손실을 냈다.

주가도 상장 직후 3만8000원까지 올랐다가 지속적으로 내리막을 타 지난 7일 최저가인 403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주가는 10.93% 반등하면서 543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미지센서 부문 경쟁 심화로 매출이 줄어들면서 실적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PEF들이 뒤늦게 손절매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