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상반기 QLED TV를 지난해 상반기보다 두 배 이상 팔면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고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는 OLED TV가 선전하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TCL 등의 제품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QLED TV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과 백라이트 중간에 양자점 필름을 입힌 TV로, 삼성전자의 대표 프리미엄 브랜드다.
삼성 QLED TV, 작년보다 두 배 넘게 팔렸다
프리미엄이냐 점유율이냐

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QLED TV 판매량은 올 상반기 200만 대를 넘어섰다. 전년 동기(87만 대)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치며 작년 하반기 판매량(172만 대)도 웃돌았다. 통상 TV업계에서는 상반기보다 하반기 판매량이 더 많다. 4분기에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날), 박싱데이(크리스마스 다음날) 등 초대형 할인 행사가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QLED TV를 110만 대 팔며 사상 최대 판매량을 달성했다. 올 2분기에도 최대 판매 기록을 다시 한 번 깬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상반기 전체 TV 판매량 중 QLED TV가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동기(5%)의 두 배 수준인 10%로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상반기 LG전자, 소니 등의 OLED TV 판매량은 총 127만 대로 전년 동기(106만 대) 대비 19.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TV 시장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없어 수요가 정체된 상태다. LG전자, 소니 등이 이끄는 OLED TV 진영과 TCL 등 중국 저가 브랜드들의 공세 속에 삼성전자는 다양화 전략을 구사했다. QLED TV의 모델군을 7700만원에 달하는 8K 98인치 TV부터 100만원 미만인 4K 43인치대까지 넓혔다. 수익성과 점유율을 동시에 잡기 위한 전략이었다.

연간 4000만 대 판매량 유지할 듯

삼성전자는 초대형 TV 시장에서도 활약했다. 75인치 이상 TV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 44만 대에서 올해 상반기 60만 대 이상으로 늘어났다. 특히 82인치 이상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작년 상반기에는 75인치 이상 TV 판매량 중 82인치 제품 비중이 20%였으나 올해는 30%로 늘어났다. 삼성전자가 ‘초대형 TV’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이유는 아직 OLED TV의 추격이 더딘 분야기 때문이다. LCD업계에서는 이미 10.5세대(2940×3370㎜) 패널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OLED업계에서는 아직까지 8.5세대(2250×2500㎜) 패널까지만 생산하고 있다. 10.5세대 패널은 65인치 이상 대형 TV를 제조하기에 적합하다. 반면 OLED TV는 여전히 대형화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연간 ‘4000만 대 TV 판매’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년 연속 TV 시장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의 TV 판매량은 2017년 4309만 대에서 지난해 4138만 대로 소폭 줄었다. 올해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가 더욱 거세지면서 삼성전자가 4000만 대라는 마지노선을 지킬 수 있을지가 업계의 관심사였다. 한종희 삼성전자 VD사업부장(사장)은 “삼성은 앞으로도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프리미엄 시장의 리더로서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