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아베, 현재의 정치적 계산 말고 후세 위해 한·일 관계 복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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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4주년 특별 인터뷰
'원로 일본통' 공로명 前 외무부 장관
지금의 한·일 관계,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 같아
'소통의 다리' 끊겼는데 靑이 앞장서 문제 더 키워
'원로 일본통' 공로명 前 외무부 장관
지금의 한·일 관계,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 같아
'소통의 다리' 끊겼는데 靑이 앞장서 문제 더 키워
“한국과 일본이 지금과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에도 영원히 증오하는 관계로 남아야 할까요?”
외교가에서 대표적인 ‘원로 일본통’으로 손꼽히는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87·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후세의 번영을 위해 한·일 관계는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양국 관계를 “서로 마주 보고 달려오다 충돌해서 둘 다 파괴될 열차”에 비유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모두 “현재 평가에 매달리지 말고 후세를 생각해서 양국 관계 복원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가 왜 이렇게까지 악화됐을까요.
“어째서 이런 위기가 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이렇게까지 한·일이 서로 극단으로 달려버리는 건 처음 봤습니다.”
▷1965년 국교 정상화부터 지금까지 한·일 외교의 중요한 순간을 모두 지켜보셨습니다. 과거와 현재 상황은 어떻게 다릅니까.
“역대 대통령 중에서 스스로 원해서 일본과 관계 개선에 나선 이는 아무도 없어요. 일본도 마찬가집니다. 1965년 한·일 수교부터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까지 항상 고비 때마다 양국의 전·현직 관료와 국회의원, 기업 대표들이 ‘다리’가 되어 움직였습니다.”
▷지금은 그런 ‘다리’가 없습니까.
“네, 이번에 방일의원단이 성과 없이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자민당에도 친한파가 꽤 많아요.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과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같은 사람들이 한국과 친하게 지내 왔어요. 그런데 이번엔 그들도 등을 돌려 버렸습니다.”
▷청와대가 일본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걱정됩니다. 국정 담당자들은 문제가 생기면 수습해야 합니다. 지금은 일을 더 키우고 있어요. 한·일 관계의 출구를 찾는 주체는 정부이지 국민이 아닙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일본이 미울 수밖에 없어요. 식민지배를 받은 국가와 지배를 했던 나라가 어떻게 자발적으로 사이가 좋기를 바라겠습니까.”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봅니까.
“정부가 무엇을 기초로 전략을 짜고 있는지, 무엇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말 한·일 관계를 끝장내야 유리하다고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인 접근은 없고 구호만 난무합니다.”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부는 여론에 매달리면 안 됩니다.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돌팔매를 맞더라도 정부가 가야 할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중요한 건 한·일 관계의 파탄을 막는 겁니다.”
▷청와대가 대일 정책의 선봉에 서 있습니다.
“청와대는 전능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제1 외교보좌관은 외교부 장관입니다. 당연히 외교부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무역과 관련한 논의는 산업통상자원부에 맡겨야 하고요. 각 부처 전문 관료들에게 업무를 분배하고 청와대는 최종 결정하면 됩니다. 청와대가 모든 걸 다 한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일본을 향한 비난 강도도 너무 세고요. 그리 되면 일본에선 더 큰 반작용이 나올 겁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1997년 대통령 선거 때 일본 문화 개방을 주장했습니다. 한 표가 아쉬울 때인데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대통령이 된 뒤 실행에 옮겨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만들었습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모두에게 이런 결단이 절실해 보입니다.”
▷미국의 중재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미국이 쉽게 나서려 하지 않을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하게 자기 이익에 따라서만 행동합니다. 과거 미 대통령들과는 완전히 달라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는 어떻게 봅니까.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와는 별개인데 왜 그걸 자꾸 연결시키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소미아는 정보를 주고받는 통로입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닙니다.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일본은 미국에서 정보를 받으면 됩니다. 잃을 게 없습니다.”
▷관계 복원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본을 과거지향적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이웃끼리 뭉쳐야 안보와 경제 모두 강해질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일본 극우파의 혐한론은 비난하면서 왜 우리는 똑같은 행동을 합니까. 답답합니다.”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은
△1932년 함경북도 명천 출생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58년 외무부 근무
△1977년 아주국장
△1983년 주(駐)브라질 대사
△1990년 주러시아 대사
△1993년 주일대사
△1994~1996년 외무부 장관
△2003년 한일포럼 회장
△2008년 세종재단 이사장
△2011년~ 동아시아재단 이사장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외교가에서 대표적인 ‘원로 일본통’으로 손꼽히는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87·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후세의 번영을 위해 한·일 관계는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양국 관계를 “서로 마주 보고 달려오다 충돌해서 둘 다 파괴될 열차”에 비유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모두 “현재 평가에 매달리지 말고 후세를 생각해서 양국 관계 복원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가 왜 이렇게까지 악화됐을까요.
“어째서 이런 위기가 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이렇게까지 한·일이 서로 극단으로 달려버리는 건 처음 봤습니다.”
▷1965년 국교 정상화부터 지금까지 한·일 외교의 중요한 순간을 모두 지켜보셨습니다. 과거와 현재 상황은 어떻게 다릅니까.
“역대 대통령 중에서 스스로 원해서 일본과 관계 개선에 나선 이는 아무도 없어요. 일본도 마찬가집니다. 1965년 한·일 수교부터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까지 항상 고비 때마다 양국의 전·현직 관료와 국회의원, 기업 대표들이 ‘다리’가 되어 움직였습니다.”
▷지금은 그런 ‘다리’가 없습니까.
“네, 이번에 방일의원단이 성과 없이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자민당에도 친한파가 꽤 많아요.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과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같은 사람들이 한국과 친하게 지내 왔어요. 그런데 이번엔 그들도 등을 돌려 버렸습니다.”
▷청와대가 일본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걱정됩니다. 국정 담당자들은 문제가 생기면 수습해야 합니다. 지금은 일을 더 키우고 있어요. 한·일 관계의 출구를 찾는 주체는 정부이지 국민이 아닙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일본이 미울 수밖에 없어요. 식민지배를 받은 국가와 지배를 했던 나라가 어떻게 자발적으로 사이가 좋기를 바라겠습니까.”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봅니까.
“정부가 무엇을 기초로 전략을 짜고 있는지, 무엇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말 한·일 관계를 끝장내야 유리하다고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인 접근은 없고 구호만 난무합니다.”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부는 여론에 매달리면 안 됩니다.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돌팔매를 맞더라도 정부가 가야 할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중요한 건 한·일 관계의 파탄을 막는 겁니다.”
▷청와대가 대일 정책의 선봉에 서 있습니다.
“청와대는 전능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제1 외교보좌관은 외교부 장관입니다. 당연히 외교부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무역과 관련한 논의는 산업통상자원부에 맡겨야 하고요. 각 부처 전문 관료들에게 업무를 분배하고 청와대는 최종 결정하면 됩니다. 청와대가 모든 걸 다 한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일본을 향한 비난 강도도 너무 세고요. 그리 되면 일본에선 더 큰 반작용이 나올 겁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1997년 대통령 선거 때 일본 문화 개방을 주장했습니다. 한 표가 아쉬울 때인데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대통령이 된 뒤 실행에 옮겨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만들었습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모두에게 이런 결단이 절실해 보입니다.”
▷미국의 중재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미국이 쉽게 나서려 하지 않을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하게 자기 이익에 따라서만 행동합니다. 과거 미 대통령들과는 완전히 달라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는 어떻게 봅니까.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와는 별개인데 왜 그걸 자꾸 연결시키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소미아는 정보를 주고받는 통로입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닙니다.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일본은 미국에서 정보를 받으면 됩니다. 잃을 게 없습니다.”
▷관계 복원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본을 과거지향적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이웃끼리 뭉쳐야 안보와 경제 모두 강해질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일본 극우파의 혐한론은 비난하면서 왜 우리는 똑같은 행동을 합니까. 답답합니다.”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은
△1932년 함경북도 명천 출생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58년 외무부 근무
△1977년 아주국장
△1983년 주(駐)브라질 대사
△1990년 주러시아 대사
△1993년 주일대사
△1994~1996년 외무부 장관
△2003년 한일포럼 회장
△2008년 세종재단 이사장
△2011년~ 동아시아재단 이사장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