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한의사 간 영역 다툼이 의료기기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옮아 붙었다. 한의원에서의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의사들에 맞서 한의사들이 병의원에서 주로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을 한방 진료에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전문의약품 사용' 선언한 한의사協…의사-한의사 갈등 재점화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13일 서울 가양동 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은 합법이라고 결정한 만큼 안전하고 효과적인 한방의료행위를 위해 필요 시 전문의약품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지방검찰청이 지난 8일 국소마취제인 전문의약품 리도카인을 한의사에게 판매한 함소아제약에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한 후속조치다. 대한의사협회는 2017년 온라인 의약품 유통 사이트에서 리도카인을 한의사에게 판매하고 해당 한의사가 리도카인 주사제 1㏄를 약침액과 섞어 환자에게 주사한 것이 의료법 위반 교사 및 방조에 해당한다며 함소아제약을 고발했다.

검찰은 불기소결정서에서 “약사법에 한의사가 한약이나 한약제제가 아닌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치료용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명시적인 금지 규정이 없다”고 적시했다. 최 회장은 “리도카인 등 전문의약품을 한방의료행위에 사용해도 범법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검찰이 확인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진료에 쓰는 전문의약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한약으로 만든 천연물 유래 의약품, 마취제 등 한방의료행위의 보조적 수단으로 쓰이는 의약품, 한방의료행위의 부작용을 예방 및 관리하는 응급의약품 등은 한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의사협회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이번 검찰 처분은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을 공급한 제약사에 대한 처분”이라며 “한의협이 이를 왜곡해 마치 검찰이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한 것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허위 사실을 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의사와 의사는 의료기기 사용을 두고도 갈등을 빚어왔다. 한의협은 지난 5월 혈액분석기기, 휴대용 엑스레이 등 의료기기를 적극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부터는 한의원에서 한약을 짓기 전 혈액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추나치료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저출력 휴대용 엑스레이도 사용 중이다. 의협은 “의료법을 위반한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