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손녀 "내 나라 묻히러와" 文대통령 "안중근 기개 떠올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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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독립유공자 및 후손 靑 초청 오찬…"독립은 오늘의 역사"
참석자들 '아리랑' 열창…유관순 열사 옥중서 부른 '대한이 살았다' 낭송도
김원웅 광복회장 "잘못 길든 일본의 버릇 고쳐 놓아야" "내 나라에 와서 살면서 마지막 가는 길에 내 땅에 묻히려고 왔습니다.
"
안중근 의사의 외손녀 황은주 여사가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태어나 지내다가 최근 한국을 찾은 이유를 이같이 말하자 미소를 지으며 이를 듣던 문재인 대통령이 손뼉을 쳤고 나머지 참석자들도 박수로 화답했다.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독립유공자 및 후손 16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문 대통령은 독립에 헌신한 생존 애국지사와 그 후손들에게 예우를 다하는 모습이었다.
'대한민국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 초청된 참석자들은 전통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행사장인 영빈관으로 입장했다.
행사장 배경은 1945년 임시정부 요인들의 환국 기념사진과 임시정부가 이동한 경로들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꾸며졌고 각 테이블 위에는 독립운동 당시 쓰인 6종의 태극기와 꽃장식이 놓였다.
헤드테이블에는 생존 애국지사인 장병하 독립유공자와 황 여사, 김구 선생의 증손인 김용만 선생, 한완상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김원웅 광복회장 등이 자리했다.
문 대통령이 입장하자 임시정부 100주년 특집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바 있는 MBC 허일후 아나운서의 사회로 유공자 후손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황 여사에 이어 인터뷰에 응한 재불 한국민회 2대 회장 홍재하 선생의 차남 장자크 홍 푸안 씨는 "아버지는 삶의 뿌리를 철저하게 한국 전통에 둔 애국자셨다"고 말했다.
재불 한국민회는 한국인 청년들이 1920년 프랑스에서 설립한 유럽지역 최초의 한인단체로, 홍 선생을 비롯한 한국인 청년들은 시신 안치 등으로 번 돈을 모아 임시정부 파리위원부를 지원했다.
장자크 씨는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이 확고하셨던 아버지께서 '한국에 가면 한국어를 배울 테니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하셔서 제가 한국말을 못 하게 됐는데, 굉장히 유감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복절을 맞아 아버지 대신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게 된 그는 "아버지처럼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오래전부터 한국의 눈부신 발전은 전 세계가 놀랄만한 귀감이었다"고 강조했다.
'아리랑'을 기억하는 장자크 씨가 사회자의 제안에 앞부분을 선창하자 참석자들은 합창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유관순 열사와 서대문형무소에서 '대한이 살았다'라는 노래를 지어 함께 불렀다는 심명철 지사의 아들 문수일 씨는 인터뷰에서 "(대한이 살았다는) 고등학교 때 어머님이 자주 불렀던 노래"라고 말했다.
'대한이 살았다'는 지난 2월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음악감독 정재일 씨가 곡을 붙이고 가수 박정현 씨와 '피겨여왕' 김연아가 내레이션을 맡아 음원으로 발표된 바 있다.
문씨는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됐을 때 (유관순 열사와) 같이 불렀던 노래'라는 어머님의 말을 듣고 보니 내용이 굉장히 중요해서 제가 (가사를) 기록해 다시 태어나게 됐다"고 말한 뒤 노래를 직접 불러 박수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오찬사에서 황 여사와 장자크 씨, 문씨에게 각별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황 여사님의 이야기에서 독립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꿈꾼 안중근 의사의 높은 기개와 사상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홍재하 선생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들려주신 장자크 홍 푸안 씨께도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홍재하 선생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하게 돼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심명철 지사의 이야기와 함께 '대한이 살았다'를 낭송해 준 문수일 님께도 감사하다"며 "서대문형무소에서 울려 퍼진 '대한이 살았다'의 노랫말이 오래 가슴에 남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세 분의 말씀에서 독립의 역사가 과거가 아닌 오늘의 역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만찬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라며 "이 밖에도 카자흐스탄에서 독립유공자 유해를 봉환한 일도 있었고,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김정숙 여사가 별도로 격려한 일정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행사에 초청된 김원웅 광복회장과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회장인 함세웅 신부는 '조선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명의로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내정자의 임명을 철회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김 회장과 함 신부는 추진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국방개혁비서관실을 통해 전달한 서한에서 "지금까지의 보훈 정책은 군 위주로 이어져 독립유공자에 대한 정책이 미미했다"면서 "다시 군 출신 인사를 보훈처장에 임명하면 군 위주의 보훈정책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 함 신부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대해 정부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건배사에서 "잘못 길든 일본의 버릇을 고쳐 놓아야 한다"면서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한 발짝도 뒷걸음질 치지 말고 국민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함 신부는 '극일항쟁(克日抗爭)'이라는 문구가 담긴 붓글씨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연합뉴스
참석자들 '아리랑' 열창…유관순 열사 옥중서 부른 '대한이 살았다' 낭송도
김원웅 광복회장 "잘못 길든 일본의 버릇 고쳐 놓아야" "내 나라에 와서 살면서 마지막 가는 길에 내 땅에 묻히려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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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외손녀 황은주 여사가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태어나 지내다가 최근 한국을 찾은 이유를 이같이 말하자 미소를 지으며 이를 듣던 문재인 대통령이 손뼉을 쳤고 나머지 참석자들도 박수로 화답했다.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독립유공자 및 후손 16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문 대통령은 독립에 헌신한 생존 애국지사와 그 후손들에게 예우를 다하는 모습이었다.
'대한민국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 초청된 참석자들은 전통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행사장인 영빈관으로 입장했다.
행사장 배경은 1945년 임시정부 요인들의 환국 기념사진과 임시정부가 이동한 경로들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꾸며졌고 각 테이블 위에는 독립운동 당시 쓰인 6종의 태극기와 꽃장식이 놓였다.
헤드테이블에는 생존 애국지사인 장병하 독립유공자와 황 여사, 김구 선생의 증손인 김용만 선생, 한완상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김원웅 광복회장 등이 자리했다.
문 대통령이 입장하자 임시정부 100주년 특집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바 있는 MBC 허일후 아나운서의 사회로 유공자 후손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황 여사에 이어 인터뷰에 응한 재불 한국민회 2대 회장 홍재하 선생의 차남 장자크 홍 푸안 씨는 "아버지는 삶의 뿌리를 철저하게 한국 전통에 둔 애국자셨다"고 말했다.
재불 한국민회는 한국인 청년들이 1920년 프랑스에서 설립한 유럽지역 최초의 한인단체로, 홍 선생을 비롯한 한국인 청년들은 시신 안치 등으로 번 돈을 모아 임시정부 파리위원부를 지원했다.
장자크 씨는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이 확고하셨던 아버지께서 '한국에 가면 한국어를 배울 테니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하셔서 제가 한국말을 못 하게 됐는데, 굉장히 유감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복절을 맞아 아버지 대신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게 된 그는 "아버지처럼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오래전부터 한국의 눈부신 발전은 전 세계가 놀랄만한 귀감이었다"고 강조했다.
'아리랑'을 기억하는 장자크 씨가 사회자의 제안에 앞부분을 선창하자 참석자들은 합창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유관순 열사와 서대문형무소에서 '대한이 살았다'라는 노래를 지어 함께 불렀다는 심명철 지사의 아들 문수일 씨는 인터뷰에서 "(대한이 살았다는) 고등학교 때 어머님이 자주 불렀던 노래"라고 말했다.
'대한이 살았다'는 지난 2월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음악감독 정재일 씨가 곡을 붙이고 가수 박정현 씨와 '피겨여왕' 김연아가 내레이션을 맡아 음원으로 발표된 바 있다.
문씨는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됐을 때 (유관순 열사와) 같이 불렀던 노래'라는 어머님의 말을 듣고 보니 내용이 굉장히 중요해서 제가 (가사를) 기록해 다시 태어나게 됐다"고 말한 뒤 노래를 직접 불러 박수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오찬사에서 황 여사와 장자크 씨, 문씨에게 각별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황 여사님의 이야기에서 독립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꿈꾼 안중근 의사의 높은 기개와 사상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홍재하 선생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들려주신 장자크 홍 푸안 씨께도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홍재하 선생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하게 돼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심명철 지사의 이야기와 함께 '대한이 살았다'를 낭송해 준 문수일 님께도 감사하다"며 "서대문형무소에서 울려 퍼진 '대한이 살았다'의 노랫말이 오래 가슴에 남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세 분의 말씀에서 독립의 역사가 과거가 아닌 오늘의 역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만찬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라며 "이 밖에도 카자흐스탄에서 독립유공자 유해를 봉환한 일도 있었고,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김정숙 여사가 별도로 격려한 일정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행사에 초청된 김원웅 광복회장과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회장인 함세웅 신부는 '조선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명의로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내정자의 임명을 철회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김 회장과 함 신부는 추진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국방개혁비서관실을 통해 전달한 서한에서 "지금까지의 보훈 정책은 군 위주로 이어져 독립유공자에 대한 정책이 미미했다"면서 "다시 군 출신 인사를 보훈처장에 임명하면 군 위주의 보훈정책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 함 신부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대해 정부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건배사에서 "잘못 길든 일본의 버릇을 고쳐 놓아야 한다"면서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한 발짝도 뒷걸음질 치지 말고 국민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함 신부는 '극일항쟁(克日抗爭)'이라는 문구가 담긴 붓글씨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