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유람선 사고 현장에 파견된 119 국제구조대원들 인터뷰
"거센 물살·모기떼·뻘밭과도 싸워…한명 못 찾아 안타깝고 송구"
"62일간 쉼없이 다뉴브강 뒤져…수중작업 세월호 때보다 힘들어"
"62일간 1진과 2진 대원 24명이 하루도 쉬지 않고 현장을 지키며 다뉴브강 200여㎞ 구간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실종자 시신을 수습했을 때는 마음이 벅찼지만 아직 못 찾은 한 분을 생각하면…."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에 파견됐던 소방청 국제구조대원들은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뤄진 합동 인터뷰에서 만리타국에 실종자 한명을 남겨두고 온 것이 가장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해경·해군 등과 함께 정부합동 긴급구조대로 파견된 이들은 사고 다음 날인 5월30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사고 현장으로 직행했다.

1진 12명은 6월25일까지, 이들과 교대한 2진 12명은 6월24일부터 7월30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색 활동을 했다.

이 기간 수상 수색은 410차례, 수중수색은 14차례를 진행했고 헬기 수색은 86차례 나섰다.

이를 통해 사망자 시신 18구를 수습했다.

'생명줄' 위협하는 거센 물살…모기·뻘밭과 악전고투

헝가리에 파견된 구조대원들은 숱한 국내외 대형 사고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다.

이 가운데에는 1999년 터키 지진 때부터 수차례 국제구조대로 파견됐거나 세월호 참사를 포함한 여러 수난사고 구조에 나선 이들도 포함됐다.

그런 이들도 다뉴브강 사고현장 수색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작업이었다고 돌아봤다.

1진 대장을 맡았던 부창용 소방령은 "수중작업 상황으로는 경험한 여러 사고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바다 수중수색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조류가 약해질 때가 있어 시기에 따라 개인 장비를 착용한 상태로도 작업할 수 있다"며 "하지만 사고 직후 다뉴브강은 24시간 내내 물살이 거셌고 알프스산 눈 녹은 물이 내려와 탁도도 가장 나쁜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1진에서 수중수색에 참여했던 박성인 소방장도 "유속이 워낙 빨라 몸이 주체가 안 될 정도여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것부터 힘들었다.

수중랜턴을 비춰도 시야가 50㎝도 안 돼 손으로 일일이 더듬어가며 작업했다"며 "또 물속에 파손된 선체나 과거 강바닥에 수몰된 교각 잔해 등이 있어 공기를 공급하는 '생명줄'도 위태로웠다"고 전했다.

선체가 인양된 뒤 양쪽 강가를 뒤지는 육상 수색작업을 할 때는 진흙밭과 모기떼, 수풀, 돌무더기와 악전고투를 벌여야 했다.

2진 대장인 김승룡 소방정은 "다뉴브강 수심이 4m 정도로 낮아진 곳에 생긴 뻘밭이나 경사진 돌무더기 구간, 길이 없이 수풀만으로 된 곳을 뒤져야 했다"면서 "또 강가에 수풀이 많아 모기떼가 극성이어서 온몸에 모기퇴치제를 발라도 물린 자국이 흉터처럼 남을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실종자들을 찾아냈을 때, 찾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을 때의 무거운 마음은 또 다른 부담이었다.

1진 대원으로 파견된 김성욱 소방위는 "허블레아니호를 인양할 때 선체 안 시신을 운구했는데 6세 어린이를 수습했을 때가 가장 마음이 무겁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부창용 소방령은 "허블레아니호 인양 전에 '못 찾은 우리 국민 7명이 다 안에 있었으면' 하고 바랐는데 선체 안에서 3명밖에 못 찾았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마음이 아팠다"며 "다 찾아서 귀국해야 했는데…"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62일간 쉼없이 다뉴브강 뒤져…수중작업 세월호 때보다 힘들어"
수색 종료 직전 실종자 찾아 기한 연장…헝가리 측도 "더 찾아보자"

대원들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별다른 사고 없이 수색을 마무리 할 수 있었던 데에는 헝가리 측과 우리 측 수색팀의 원활한 소통이 있었다고 전했다.

양측은 서로의 활동을 보며 좋은 자극을 받기도 했다.

김승룡 소방정은 "헝가리 구조팀은 아주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이었다.

협력시스템도 체계적이었다"며 "헝가리 수색팀이 아침마다 수색 구간 특성과 임무 부여 등 협조 사항을 브리핑하면서 상세한 정보를 제공했고, 수색 중에도 수시로 우리와 정보를 공유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소방정은 "2진은 실종자 2명이 남은 상황에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7월5일 육상수색을 하다 실종자 한분의 시신을 수습했다"며 "원래 7월12일에 수색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실종자를 찾고 의욕에 찬 우리 구조대를 보고 헝가리 측에서 자극을 받았는지 먼저 '7월28일까지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그 이후로 헝가리와의 협업도 더 공고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헝가리 내무부가 국제구조대에 보낸 감사패도 공개됐다.

헝가리 측에서는 허블레아니호 인양에 쓰인 것과 같은 종류의 와이어를 선물로 제작해 보내기도 했다.

부창용 소방령은 "허블레아니호 인양을 마치고 헝가리 측에서 구조활동에 참여한 우리 대원들에게 감사 차원에서 표창을 주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직 실종자를 다 찾지 못한 상황이어서 거절했다"며 "그러고 없던 일이 된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감사패를 보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헝가리 당국은 '우리도 이 정도로는 해주기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도와줬다"며 고마워했다.
"62일간 쉼없이 다뉴브강 뒤져…수중작업 세월호 때보다 힘들어"
재난별 국제구조대 파견 매뉴얼·트라우마 치료 등 필요

이번 헝가리 국제구조대 파견은 외국에서 사고를 당한 우리 국민 구조를 위해 파견된 첫 사례이고 수난구조로도 처음 출동한 것이었다.

대원들은 앞으로 이런 사례가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좀 더 체계적인 출동 준비 체계를 갖췄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승룡 소방정은 "이번에 워낙 다급히 현장에 가다 보니 장비와 생활용품 등을 준비하는데 애를 먹었다"며 "국제구조대 파견 시 재난사고 유형별로 필요한 장비와 생활용품 등을 '패키지'로 정해놓으면 현장 업무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부창용 소방령은 "사고지점의 유속이나 수심 등 현장의 정확한 상황을 알아야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는데 그런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출발하게 된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장기간 사고 현장을 지킨 데 따른 정신적 후유증을 보다 장기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승룡 소방정은 "시신 수습할 때의 후각적 기억 등 트라우마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며 "임무 수행 이후 4박 5일간 심리치료 과정을 거치며 큰 도움을 받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좀 더 장기적으로, 길게는 퇴직 이후에도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