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재정지원 무기로 정원감축 압박 나서
감축 앞서 학생확보 이전투구 가능성…'충원율 부풀리기' 우려
대학 정원감축 불가피하다지만…'셀프 다이어트' 성공할까
정부가 재정지원 대학을 선정할 때 '학생 충원율' 을 종전보다 더 반영하기로 하면서 지방대는 당장 올해 입시부터 학생확보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목표하는 대입정원 감축에 앞서 대학 간 '치킨게임'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교육부는 14일 발표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 시안'에서 진단지표 중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배점을 현행 '75점 만점 중 10점'에서 '100점 만점 중 20점'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기본역량진단 결과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됐더라도 학생 충원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지 못하면 재정지원을 끊기로 했다.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무기로 대학에 '다이어트'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기본역량진단에 참여할지 각 대학이 정하도록 했지만, 재정에 목마른 대학이 진단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학생 충원율 반영비중이 높아지면 지방대가 더 불리해진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보면 작년 기준 정원 내 신입생이 입학정원 내 모집인원보다 적은, 즉 신입생 충원율이 100% 미만인 대학 164곳(제2·3캠퍼스 제외) 가운데 서울에 있는 대학은 35곳에 그쳤다.

그나마 이런 서울 소재 대학은 3곳을 제외하면 모두 충원율이 99% 이상으로 사실상 수치로만 신입생 미달이었다.

교육부는 대학이 학생감소에 맞춰 스스로 입학정원을 줄이길 바란다.

고등학교 3학년생과 재수생 수 등을 고려해 추산한 '대입가능자원'이 내년부터 작년 기준 대입 정원보다 적어지는 등 학생이 급감하는 상황이라 대입정원 감축을 피할 길은 없다는 것이 교육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학들이 정원을 줄이기에 앞서 학생 확보를 위해 이전투구부터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한다.

2021년 기본역량진단 때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충원율이 반영된다.

그런데 올해 충원율은 지난해 이미 정해졌고 내년 충원율도 사실상 절반은 결정된 상태다.

충원율을 높이려면 신입생 수를 늘리거나 입학정원을 줄여야 하는데 불과 한 달 뒤 내년 신입생 선발을 위한 수시모집이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와 정원을 줄이기는 어렵다.

결국 대학으로선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학생모집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눈 뒤 일반재정지원대학 90%를 권역별로 우선 선정하기로 한 점과 정원을 감축하면 사실상 다시 증원할 수 없는 점도 대학들이 입학정원 감축보다 학생모집에 힘을 쏟게 만들 요인으로 꼽힌다.

이웃 대학만 제치면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대학들은 장기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정원감축보다 '학생 모시기 경쟁'에 열중할 여지가 있다.

재정지원만 이뤄지면 대학은 입학정원을 안 줄일 가능성이 크다.

대학교육연구소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학년도 대입 정원은 48만470명으로 2018학년도에 견줘 4천305명 감소했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해 기본역량진단을 거쳐 116개 대학·전문대학에 권고한 정원감축량(1만명)의 43% 수준에 그친다.

연구소는 "교육부는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대학들이 자연스럽게 정원을 줄일 것이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정책적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는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대학은 솔선해서 정원을 감축할 이유가 없었고 이에 '시장'에 의한 정원감축이 거의 없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대학이 충원율 분식(粉飾·실제와 다르게 꾸밈)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의 한 전문대학은 2016학년도부터 3년간 301명을 부정하게 입학시켰다가 올해 초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 대학은 충원율을 높이고자 지원자에게 학과지원을 받지 않고 일단 미달학과에 입학시킨 뒤 전과시키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날 사전브리핑에서 충원율 분식 우려에 "사전에 통제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면서 "사후 적발 시 지금보다 훨씬 강하게 처벌하고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