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이면 뒷모습일까? 관람자들은 사진을 보고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발동하게 된다. 저 여인은 왜 이렇게 머리를 길렀을까? 일어서면 머리가 어디까지 내려올까?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사진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면, 무언가 떠오르는 게 있다. 곧고 우아한 자세와 테이블을 덮을 정도로 긴 머리 매무새 그리고 쓸쓸하게 돌아선 고개에서 그가 어떤 몸과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 어렴풋하게 그려볼 수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인물의 구체적인 외모와 살아가는 모습까지도 추리해낼 수 있다. 현대 사진가들은 모든 것을 명쾌하게 다 보여주지 않는다. 흐릿하고 모호하지만 그 안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감상자가 알아서 건져 올리면 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