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54명을 신규 채용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 비율이 2287%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대규모 채용이었다. 이 회사는 2014년 자원외교사업 후유증 등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이후 매년 2~4명을 뽑아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재정이 더 악화된 상황에서 한꺼번에 50명 이상을 채용한 것이다. 올해도 20여 명을 새로 뽑기 위해 채용전형을 진행 중이다.

석유공사 안팎에선 ‘공공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늘리기에 동참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석유공사만이 아니다. 1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당기순손실 상위 10곳 중 6곳이 지난해 신규 채용 인원을 전년보다 늘렸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해 2265억원 순손실로 창사 35년 만에 최악의 적자를 냈음에도 222명을 뽑았다. 2014년 70명이던 채용 인원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2010년 증시 상장 이후 처음으로 올해 주주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신규 채용을 갑자기 확 늘린 적자 공공기관들은 직원에게 업무를 나눠주는 것도 고민이다. 석유공사는 올해 관리직 인원 일부를 ‘전문위원’으로 전환배치하고 직무급을 삭감했다. 비상경영체제에서 인력 효율화의 일환이었다. 그러자 전문위원들은 지난달 16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일에 맞춰 “별도 공간에 격리된 채 별다른 업무도 받지 못했다”며 석유공사를 상대로 전국 1호 진정을 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조직 몸집을 줄여야 하는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피하려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고 했다.

공공기관 몸집이 커지는 데 비해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올해 339개 공공기관 인건비로 편성된 예산은 사상 최대치인 28조4346억원으로 전년(25조6940억원)보다 10% 늘었다. 2015~2018년 연평균 1조원가량 늘다가 올해는 3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수익성은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공공기관 순이익 합계는 1조1000억원이었다. 전년(7조2000억원)에 비해 84.7% 급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