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변태 성욕자 비유 논란
남윤국 변호사 "피고인 무죄추정 원칙"
법조인들 "악인도 변호받을 권리 있다"
"피해자 폄하해서는 안될 일"
"변호를 해야지 거짓말을 하나? 국민이 바보냐"
"당신 가족이 그렇게 머리카락 한 올 찾을 수 없게 죽었대도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돈이 좋아도 너무한 것 아닌가. 아들보러 왔다가 억울하게 죽은 게 보이지도 않는건가. 아, 피해자는 돈을 안주니까"
고유정 사건의 변호를 맡은 남윤국 변호사가 변론 일부가 보도되면서 사회적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남 변호사는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고유정 사건에) 지금까지 보도된 바와 달리 안타까운 진실이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남 변호사는 "제가 변호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형사사건에 많은 국민적 관심과 비판적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제 업무 수행을 방해하려는 어떤 불법적인 행위(예를 들면, 명예훼손, 모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나 시도가 있다면 법률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남 변호사가 고유정 재판의 최전선에 서게 된 것은 판사 출신 변호사 A씨가 고유정 사건을 수임한 이후 여론에 밀려 사의를 표했다가 또 다시 법무법인을 나가 개인적으로 맡으려다 사의 표명하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A변호사가 고유정 사건을 맡기로 결정하면서 고용한 남윤국 변호사는 현재 홀로 고유정의 변호를 맡고 있다.
남 변호사는 "변호사는 기본적인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며 "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고 그 재판 속에서 이 사건의 진실이 외면받지 않도록 성실히 제 직무를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사명감을 강조했다.
고유정은 면접교섭권을 이행하기 위해 찾아온 전 남편 강 모씨를 제주 한 무인펜션에서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신을 처참하게 훼손해 이곳 저곳에 유기한 탓에 유가족은 시신의 일부조차 찾지 못해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했다.
국민들의 공분을 산 남 변호사 발언은 그가 변론 중 강씨의 강한 성욕을 강조하며 사건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피해자 측에 돌렸다는 점이다.
남 변호사는 "전 남편이 변태 성욕자였다", "뼈 강도 등을 검색한 건 보양식인 감자탕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피해자가 수박을 자르는 고유정을 성추행하려 했다" 등의 발언을 했다.
강씨가 아들과의 면접교섭을 위해 고유정을 만나서는 스킨십을 유도하기도 했고, 펜션으로 들어간 뒤에도 수박을 먹고 싶다는 아들이 방에서 게임을 하는 동안 싱크대에 있던 피고인에게 다가가 갑자기 몸을 만지는 등 성폭행을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피해자가 설거지를 하는 평화로운 전 아내의 뒷모습에서 옛날 추억을 떠올렸고, 자신의 무리한 성적 요구를 피고인이 거부하지 않았던 과거를 기대했던 것이 비극을 낳게된 단초"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검찰 측이 제시한 졸피뎀 처방 내역과 '뼈의 중량' 등을 범행 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 부분에 대해서도 "클럽 버닝썬 사태 당시 연예기사를 보던 중 호기심에 찾아봤으며, 뼈의 무게는 현 남편 보양식으로 감자탕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꼬리곰탕, 뼈 분리수거, 뼈 강도 등으로 연관검색 상 자연스럽게 검색이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피해자 유족 측 법률대리인 강문혁 변호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의 경동맥을 칼로 찌른 사실과 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고의로 피해자를 칼로 찌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며 고유정 측을 비난했다.
강 변호사는 “고 씨 측 주장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용납하기 어렵다”면서 “지난 재판에서 고유정은 현남편의 몸보신을 위해 감자탕을 검색하다 우연히 ‘뼈의 무게’ 등을 검색했다고 하지만, 정작 현남편은 감자탕을 먹어본 적도 없었고 사건이 일어났던 5월에는 고유정과 함께 청주에 있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남 변호사가 "돈만 밝히는 변호사"라고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업에 몸담고 있는 법조인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끼.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B씨는 "누군가는 해야하는 변론이다. 변호인 없이는 누구도 재판을 받지 않는다"면서 "고유정이 국선변호인을 통해 변론을 받았다 해도 국민들이 지금처럼 흥분했을까.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마녀사냥이 선을 넘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 C씨는 "테러리스트라도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최대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면서 "법치주의는 개인적 비극보다 공동체를 위해 더 중요한 개념이다"라고 강조했다. 강씨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피의자인 고유정 또한 법의 테두리안에서 변론을 받는 것이 법치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의미다.
D변호사는 "변호사라는 직업상 원칙적으로 의뢰인을 골라서 선임하면 안된다"면서 "마치 의사가 착한 환자만 치료하고 나쁜 범죄자가 다쳤을때 진료를 거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물론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피해자를 욕보이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E변호사는 "고유정 사건 변론을 보면서 납득이 안가는 점이 많았다. 보통 변호사가 그렇게 변호를 하진 않는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이어 "형사사건에서 아무리 무죄를 확신해도 튀는 행동으로 재판부에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조용히 해결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좀 특이한 것 같다. 고유정 사건은 이미 언론에도 보도가 된 큰 사건이지 않나. 이런 사건을 맡은 변호사라면 더 신중했어야 하는데 상식에 반하는 변론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가헌 서울시 공익변호사는 "어떤 흉악범이라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유정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변호사를 향하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피해자를 폄훼하는 등 추가 법익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변론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남 변호사의 일부 발언을 지적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피고인에게 적법절차를 보장하기 위한 변호활동은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라며 "다만 변호활동이 피고인에게 주어진 적법절차 보장을 넘어 적극적으로 진실을 덮고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살인과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의 다음 공판은 다음 달 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