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의 '미드 사이클 조정'이 부른 혼란 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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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아침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와 2년물 금리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전되면서 침체 공포가 시장을 덮쳤습니다.
밤새 유럽에선 독일 경제가 2분기 마이너스 0.1%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아시아에선 중국의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4.8%로 17년래 최저로 떨어졌다는 통계가 나온 탓입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역전은 1978년 이후로 5차례 발생했고, 모두 침체로 이어졌습니다. 침체에 다다른 시간은 6~18개월로 각각 달랐습니다.
곧 이어 열린 뉴욕 증시에선 다우가 400포인트 가량 떨어진 채 출발해 계속 하락하더니 결국 800포인트(3.05%) 폭락한 채로 마감했습니다. 연중 최대 하락폭입니다.
이날 장단기 수익률 곡선 역전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①파월의 '미드 사이클 조정'이 부른 장단기 금리 역전
이날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623%를 기록, 1.634%를 나타낸 2년물 국채 수익률을 밑돌았습니다. 독일과 중국의 악화된 경기 지표는 채권 금리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하지만 월가에선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지난달 31일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 발언이 수익률 곡선 역전의 중요한 배경이라고 지적합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이번 금리 인하를 놓고 “미드 사이클 조정”이라고 불렀습니다. 그건 금리를 더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이에 따라 이후 단기물 금리는 덜 떨어지고, ‘미중 무역전쟁 속에 금리마저 내리지 않으면 침체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에 장기물 금리는 더 떨어진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 그냥 ‘인슈어런스 컷’이라고만 했어도 되는데 굳이 ‘미드 사이클 조정’이란 어려운 용어를 써서 시장에 혼란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개념없는(clueless) 파월 의장 때문에 말도 안 되는(crazy) 수익률 곡선 역전!(이 생겼다)”고 트위터를 통해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이런 표현에 동조하는 월가 투자자들이 많은 하루였습니다. ②궁지에 몰린 트럼프, 중국의 반격?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9월1일 관세 부과를 예고한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서 절반이 넘는 1500억달러 이상의 제품을 제외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미국 농산물의 대량 구매를 재개할 지는 의심스럽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희망한 것을 거부한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중국은 어제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관세 카드를 쓰기가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며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떨어뜨리기 위해 자체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트럼프에 타격을 줄 카드를 내놓을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고 했습니다.
트럼프가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피해를 미칠 수 있는 관세 카드를 더 이상 쓰지 못할 것이란 걸 간파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양국 갈등이 더욱 거세지면서 미국이나 세계 경기가 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주식보다 채권에 돈이 몰려든 이유입니다.
③미 국채에 몰려드는 해외 수요
아무리 떨어졌다고 해도 미 10년물 국채의 금리는 1.5%대 입니다. -0.6%를 넘는 독일 국채 등 이미 네거티브로 떨어진 다른 선진국 국채보다는 미 국채가 훨씬 매력적입니다.
월가에서는 일본 유럽 등 해외 투자자들이 미 장기 국채를 지금 가격에서도 계속 매수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날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은 “침체 지표로서 수익률 곡선 역전은 역사적으로 좋은 침체 신호였지만 이번에는 이번에는 잘못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채권 수요가 돈이 몰린 게 아니라 미국의 금리와 경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하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의 돈이 채권에 몰리면서 수익률 곡선 역전이 일어났다는 뜻입니다. 이날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도 비슷한 의견을 표했습니다.
④일부 채권 투자자의 패책
기술적 요인도 있습니다.
올 3월까지만 해도 연 2.7%대이던 미 10년물 국채는 지난 4~5월 2.5%대를 유지했습니다. 당시 미중 무역협상 재개 가능성이 커지자 월가의 일부 채권운용사들은 숏(매도) 전략을 취했습니다. 이들은 지금 빈털털이가 됐습니다. 이들이 뒤늦게 채권을 사고 있다는 얘기가 나돕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은 시장이 너무 요동치니까 헤지 차원에서 주식과 채권을 같이 사고 있다고 합니다. 모두 채권 금리 하락 요인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밤새 유럽에선 독일 경제가 2분기 마이너스 0.1%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아시아에선 중국의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4.8%로 17년래 최저로 떨어졌다는 통계가 나온 탓입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역전은 1978년 이후로 5차례 발생했고, 모두 침체로 이어졌습니다. 침체에 다다른 시간은 6~18개월로 각각 달랐습니다.
곧 이어 열린 뉴욕 증시에선 다우가 400포인트 가량 떨어진 채 출발해 계속 하락하더니 결국 800포인트(3.05%) 폭락한 채로 마감했습니다. 연중 최대 하락폭입니다.
이날 장단기 수익률 곡선 역전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①파월의 '미드 사이클 조정'이 부른 장단기 금리 역전
이날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623%를 기록, 1.634%를 나타낸 2년물 국채 수익률을 밑돌았습니다. 독일과 중국의 악화된 경기 지표는 채권 금리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하지만 월가에선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지난달 31일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 발언이 수익률 곡선 역전의 중요한 배경이라고 지적합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이번 금리 인하를 놓고 “미드 사이클 조정”이라고 불렀습니다. 그건 금리를 더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이에 따라 이후 단기물 금리는 덜 떨어지고, ‘미중 무역전쟁 속에 금리마저 내리지 않으면 침체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에 장기물 금리는 더 떨어진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 그냥 ‘인슈어런스 컷’이라고만 했어도 되는데 굳이 ‘미드 사이클 조정’이란 어려운 용어를 써서 시장에 혼란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개념없는(clueless) 파월 의장 때문에 말도 안 되는(crazy) 수익률 곡선 역전!(이 생겼다)”고 트위터를 통해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이런 표현에 동조하는 월가 투자자들이 많은 하루였습니다. ②궁지에 몰린 트럼프, 중국의 반격?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9월1일 관세 부과를 예고한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서 절반이 넘는 1500억달러 이상의 제품을 제외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미국 농산물의 대량 구매를 재개할 지는 의심스럽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희망한 것을 거부한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중국은 어제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관세 카드를 쓰기가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며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떨어뜨리기 위해 자체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트럼프에 타격을 줄 카드를 내놓을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고 했습니다.
트럼프가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피해를 미칠 수 있는 관세 카드를 더 이상 쓰지 못할 것이란 걸 간파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양국 갈등이 더욱 거세지면서 미국이나 세계 경기가 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주식보다 채권에 돈이 몰려든 이유입니다.
③미 국채에 몰려드는 해외 수요
아무리 떨어졌다고 해도 미 10년물 국채의 금리는 1.5%대 입니다. -0.6%를 넘는 독일 국채 등 이미 네거티브로 떨어진 다른 선진국 국채보다는 미 국채가 훨씬 매력적입니다.
월가에서는 일본 유럽 등 해외 투자자들이 미 장기 국채를 지금 가격에서도 계속 매수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날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은 “침체 지표로서 수익률 곡선 역전은 역사적으로 좋은 침체 신호였지만 이번에는 이번에는 잘못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채권 수요가 돈이 몰린 게 아니라 미국의 금리와 경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하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의 돈이 채권에 몰리면서 수익률 곡선 역전이 일어났다는 뜻입니다. 이날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도 비슷한 의견을 표했습니다.
④일부 채권 투자자의 패책
기술적 요인도 있습니다.
올 3월까지만 해도 연 2.7%대이던 미 10년물 국채는 지난 4~5월 2.5%대를 유지했습니다. 당시 미중 무역협상 재개 가능성이 커지자 월가의 일부 채권운용사들은 숏(매도) 전략을 취했습니다. 이들은 지금 빈털털이가 됐습니다. 이들이 뒤늦게 채권을 사고 있다는 얘기가 나돕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은 시장이 너무 요동치니까 헤지 차원에서 주식과 채권을 같이 사고 있다고 합니다. 모두 채권 금리 하락 요인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